테이크-아웃

요즘은 길을 걷다가
테이크-아웃이라는 말만 보면
그말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들어가 꼭 테이크-아웃해 줘야할 것만 같다
어쩌면 그때 나는
누군가가 나를 테이크-아웃해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테이크-아웃해 가지 않았다
오늘 아침 나는 길을 걷다가
커피전문점 앞에 멈추어 서서
테이크-아웃이라는 말을 쓸쓸하게 바라보다가
내가 이제 아무 것도 기다리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기다림 없이 사는 생이 어느 결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포크─노우즈─스푼

ddawee
옆에 앉아
저녁 먹던 나우가 갑자기 말했다.
“와, 아빠 근데 코 정말 크다.”
아내가 말했다.
“아빠는 코크다고 하는 소리 젤 싫어해.”

WeeKee

<블로그 이상의 무엇>을 해보기 위해
따위넷에 위키WiKi를 설치했다.

그 <무엇>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면서 길을 만들어 볼 것이므로.

웹을 검색해 보니
wiki wiki는 하와이어로 ‘빨리빨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워드 커닝햄(Ward Cunningham)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위키의 개념을 생각하고 구현했다고 한다.
위키는 여러사람이 공동으로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서
백과사전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한다. 일컬어 위키백과사전이라 한다.

설치절차는 어렵지 않다.

소스코드를 다운로드 받아
압축을 풀고(tar xvzf mediawiki-1.4.2.tar.gz)
폴더명을 변경한(mv mediawiki-1.4.2 wiki) 다음
브라우저에서 해당디렉토리를 불러오면(http://ddawee.net/wiki)
설치가 시작된다.
입력값을 입력하고 설치를 Install버튼을 누르면
wiki/config 폴더에 LocalSettings.php라는 파일이 생기는 데 이 파일을
위키 폴더로 옮겨 놓으면(mv LocalSettings.php ..)
설치가 완료된다.

여기까지하고 좌상단의 촌스러운 로고로 바꾸는 것까지 했다.
(나에게는 감각있는 디자이너와 똑똑한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사용법은 차차 익혀갈 예정.

역시 중요한 건 컨텐츠다.

p.s
2008년 2월 24일 wiki 삭제함

오, 얄미운 신이시여! 어찌하여 제게는 성공하는데 필요한 큰 수단 하나를 아니 주시었나이까, 에?

그녀가 얘기를 끊었다가 무슨 공상을 하고 있는 듯이 피아노를 바라보고 말했다.
「당신, 음악 좋아하세요?」
「매우 좋아합니다.」
으젠은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송구스러운 생각에 얼굴이 빨개지고 정신이 없어져서 대답했다.
「노래도 부르세요?」
그녀가 말하며 피아노로 가서 저음 <도>에서부터 고음 <파>까지 건반 전부를 세차게 두드렸다.
「못 부릅니다, 부인」
레스토 백작은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안됐군요. 당신에게는 성공하는 데 필요한 큰 수단 하나가 부족하군요. <사랑하는 자여, 사랑하는 자여, 절망하지 말아라>」
그녀가 노래를 불렀다.

─ “출처: 밝히기싫음”

흘러가는 것은 흘러갈 것이었나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은 경찰들이
동교동 철길 옆 볕 좋은 곳에 이불을 널어 놓았다
나는 무전기를 보면 갖고 싶다
할머니 세 명이 철길 옆에 쭈그리고 앉아 호미질을 하고 있다
때묻은 이불에 경찰 마크가 선명하다
예전에는 당인리 발전소로 석탄을 싣고 가는 기차가 다녔다
어느 날 동네형들이 샛강에 다녀온 것을 자랑했지만
내게 샛강은 너무 멀었다
그 다음 날도 그들은 샛강에 갔다
나는 나도 데려가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숨어 있는 책>에 가면 1,000원 짜리 책이 많다
저기요, 이 근처에 여성인력개발원이라고 있나요?
30대 초반의 여자가 내게 길을 물었다
산울림 소극장은 20년째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고도는 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여태 안 오는가
기다리면 오기는 오는가
나는 이곳에서 <프시케, 그대의 거울>을 관람한 적이 있다
어떤 고해상도 스캐너라야 나를 제대로 스캔할 수 있을까
어제 밤에 하나의 이야기를 세 가지 플롯으로 재구성했다
결말은 잠과 더불어 흐지부지해졌다
흘러가는 것은 흘러갈 것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