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kon FG-20, OSAWA 80-205mm, ILFORD DELTA 400
Category Archives: 블루 노트
거리, 봄이 오는 혹은 봄이 오려면 아직 먼
─ Rollei 35 SE, ILFORD DELTA 400
모든 내부는 텅 비어있다.
어제 낮에는 홍익문고 옆골목에서 무릅꿇고 엉엉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자기 뒤에 버티고 서있던 사내에게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절규하면서. 그러나 사내는 냉담했다.
요즘은 잠들어도 잠들지 못한다. 잠든 의식도 되풀이해서 뭔가를 생각한다. 잡념이다. 아침마다 나는 그 잡념들을 넘겨 받는다.
현재 시각 새벽 1시 23분, 부엌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주차장에 어떤 승용차가 자신의 내부를 환하게 드러내 놓고 무심하게 서있다. 그래 내 속은 이렇게 생겼다. 볼테면 얼마든지 봐라, 하는 것 같다. 모든 내부는 텅 비어있다.
우울 II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다.
대차대조표, 글귀들, 연애편지, 사랑 노래, 소송서류,
영수증에 돌돌 말린 한 줌의 머리카락
이것들이 널려있는 서랍장도
구슬픈 나의 골통보다는 숨겨둔 비밀이 적다.
나의 골통은 공동묘지보다 더 많은 시체를 묻어둔
피라미드, 거대한 동굴이다.
─ 나는야 달님도 질겁할 묘지,
기다란 지렁이가 회한처럼 기어나와
내게는 몹시도 소중했던 죽은 이들을 끊임없이 갉아댄다.
나는야 여인의 침실, 시든 장미와
이제는 철지난 옷가지가 널려있다.─ 보들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