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다.
대차대조표, 글귀들, 연애편지, 사랑 노래, 소송서류,
영수증에 돌돌 말린 한 줌의 머리카락
이것들이 널려있는 서랍장도
구슬픈 나의 골통보다는 숨겨둔 비밀이 적다.
나의 골통은 공동묘지보다 더 많은 시체를 묻어둔
피라미드, 거대한 동굴이다.
─ 나는야 달님도 질겁할 묘지,
기다란 지렁이가 회한처럼 기어나와
내게는 몹시도 소중했던 죽은 이들을 끊임없이 갉아댄다.
나는야 여인의 침실, 시든 장미와
이제는 철지난 옷가지가 널려있다.─ 보들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