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4

날은 춥고 바람은 차다. 어둔
거리에 나뭇잎들이 함부로 바스라진
다. 사람의 발길에 차이고 자동차의 바
퀴에 깔리며 바스라진
다. 저 풍경이랄 수
도 참상이랄 수
도 없는 바스러짐을 나
는 본다. 문
득 내 마음 어디에 당
신이 도진다.

日記

사람들은 일기가 저 자신에게 자신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글은 그것이 언어로 씌어지는 한 자신에게만 이야기할 수도, 자신만의 이야기로 감출 수도 없다. 그것은 언제나 타자를 전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가 실제로 은폐하고 있는 것은 결국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읽히고야 만다는 점이다.

─ 이인성,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해제

빨리 혹은 천천히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두 다리를 빨리 움직이면 된다. 헛 둘, 헛 둘. 두 다리를 빨리 움직이기 위해서는 두 팔을 빨리 움직이면 된다. 헛 둘, 헛 둘. 그리고 두 팔을 빨리 움직이는 것이 두 다리를 빨리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이건 말장난이다. 빨리 달리는 것은 힘들다. 천천히 달리는 것도 힘들다. 달리는 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