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나폴레옹의 동생이었던 제롬 나폴레옹(1798~1860)의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놀라워하며 “내가 황제를 바라보고 있던 바로 그 눈을 바라보고 있다”고 내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때때로 당시 내가 느꼈던 놀라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누구도 나와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었고 또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삶이란 이처럼 자그마한 외로운 감정들로 점철되어 있다.) 나도 그때 느꼈던 감정을 잊게 되었다.
─ 롤랑 바르트, 수잔 손탁 지음, 송숙자 옮김, <<사진론 바르트와 손탁>>, 현대미학사, 1994
*아래는 2004년 9월 26일에 덧붙임.
아주 오래전 어느날, 나는 우연히 나폴레옹의 막내 동생인 제롬(1784-1860)의 사진 한 장을 보았다. 1852년에 찍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그 이후에도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놀라움과 함께, “나는 지금,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때때로 나는 이 놀라움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그것에 공감하거나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삶이란 이처럼 작은 고독의 상처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 자신도 그것을 잊어버렸다.
─ 롤랑 바르트, 趙珖熙 역, <<카메라 루시다>>, 열화당 미술선서 56, 1991(3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