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on EOS Rebel, EF 35~80mm 1:4~5.6F, Fuji Superia 200
Category Archives: 블루 노트
족보
(교도소에 신참이 들어오면 ‘족보따먹기’를 하는데, 긴 시간을 들여 ‘계보’를 고증하는 까닭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허풍을 단속하기 위해서이며, 허풍에 의해 위계질서가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생각해 보라, 새파란 신출내기가 감방에 들어와서 ‘가오’를 세운답시고 “나, 양은이파 직계요!”라고 우기면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 장정일의 독서일기 2, 미학사, 1995
족보를 새로 만든다고 한다. 원래는 안되는 거였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여자들과 사위들까지 올린다고 한다. 하더니 내 아내의 호적등본까지 내라한다. 썩 내키지는 않으나 ‘어른들’이 하시는 일이니, 내 아버지 체면도 있고 해서 그냥 꾹 참고 호적등본을 떼서 보냈다. 했더니 이번에는 아내의 출신학교 등 이딴 거를 적어 보내란다. 안 보내고 있다. 적어 보내면 이번에는 아내의 졸업증명서를 내라할지도 모른다.
대체 뭐하는 짓이냐 싶다.
간판 2
불 밝혀라 어두운 이름들아
스스로 쪽팔지 않으면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다
저마다의 몰골로 불을 밝힌
저 형형색색의 이름들을 보면
쪽팔리는 이름 하나 내 걸지 못한 채
어영부영 지나가는 내 생이
나는 또 쪽팔리다
이번 생은 파투다
어디 가서 아주 짱 박혀 버려야겠다
오늘밤에도 간판이 바람에 스치운다
장미와 벽과 장미
─ Canon EOS Rebel, EF 35~80mm 1:4~5.6F, Fuji Superia 200
신촌역,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 Canon EOS Rebel, EF 35~80mm 1:4~5.6F, Fuji Superia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