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교도소에 신참이 들어오면 ‘족보따먹기’를 하는데, 긴 시간을 들여 ‘계보’를 고증하는 까닭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허풍을 단속하기 위해서이며, 허풍에 의해 위계질서가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생각해 보라, 새파란 신출내기가 감방에 들어와서 ‘가오’를 세운답시고 “나, 양은이파 직계요!”라고 우기면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 장정일의 독서일기 2, 미학사, 1995

족보를 새로 만든다고 한다. 원래는 안되는 거였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여자들과 사위들까지 올린다고 한다. 하더니 내 아내의 호적등본까지 내라한다. 썩 내키지는 않으나 ‘어른들’이 하시는 일이니, 내 아버지 체면도 있고 해서 그냥 꾹 참고 호적등본을 떼서 보냈다. 했더니 이번에는 아내의 출신학교 등 이딴 거를 적어 보내란다. 안 보내고 있다. 적어 보내면 이번에는 아내의 졸업증명서를 내라할지도 모른다.

대체 뭐하는 짓이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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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학벌은 어따 내놔도 꿀리지 않으니
    아마도 전의 이氏 가문에서 좋아라하지 않을까 생각하오..
    졸업장 집에 있으니 복사해서 보내시구료..

  2. 싫습니다. 문중에서 破門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본 따위의 코를 걸고, 그건 못하겠습니다. 어화야 둥기둥기%%

  3. 79년 10월 27일…
    그때는 아침에 티비방송을 하지 않았던 시절…
    라디오에서 장엄한 음악이 울려퍼지면서…
    “박정희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습니다.”라는 뉴스가 나오자…
    어머니, 아버지는 마치 얼어붙은 듯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서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침통한 얼굴로 아버지가 내게 주신 정보는….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가 우리 성씨의 종친회장이었다는 사실…

    그날, 학교에서 추모조회를 끝내고 교실로 올라오는 길…
    우리 반 여자아이 하나가 애들을 둘러 세워놓고…
    김재규, 아주 나쁜 인간이다…대통령을 죽이다니 어쩌구저쩌구…
    그 순간, 그 여자아이를 가로막고는 내가 쳤던 대사 한줄…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는…역사가 판단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깜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와 같은 본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를 어떻게 해서든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학교 6학년 아이가 저렇게 멋진 대사를 날리다니…

    그러니까…저 한마디가…
    족보, 혈통 관련하여…내 인생의 유일한 대사, 되겠다…

  4. 왠지 댓글들이 ‘족보따먹기’가 되는 것 같아 그렇지만…
    저와 족보,혈통에 대한 기억은
    선거때만 되면 김종필 아저씨가 홍보물을 보내더군요
    “김수로왕의 00대 손 김종필을 대통령으로 추대하기 위해서
    우리 김해김씨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의…
    암튼 김해김씨가 우리나라에서 젤 많다니
    갑자기 왜 종마공원의 종마들에게까지 생각이 연결되는지…머슥

  5. 오감도烏瞰圖

    詩第二號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징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읭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다들 명망가 집안의 자제들 이시구랴. 나는 내세울 것도 없으니 우리 집안이 양반된 내력이나 들려드리겠소.

    “우리 조상은 원래 뱃사공이었다. 당연히 상놈이었다. 금강이 본거지였다고 한다. 어느 날 왕건이 하도 심심하여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견훤하고 한판 붙으러 길을 나섰다. 때마침 비가 많이 왔다. 하늘이 물을 아주 들이 부었다. 하여 금강에 물이 엄청 불어났다. 물난리가 났다. 일이 잘 풀리려 그랬는지 우리 조상 뱃사공님은 그 험한 폭풍우와 해일을 무릅쓰고, 아랑곳 않고, 너 물이야? 물! 나! 사공이야! 뱃사공! 하시면서 열심히 노를 저어 왕건 일행을 무사히 건네주었다. 그리하여 왕건의 눈에 들어, 오오 너 참 기특한 지고, 내 너에게 뭐 특별히 줄 것도 없고 하니, 돈 안 드는 성씨나 하나 주겠노라. 이렇게 하여 왕건은 생색 있는 대로 다 내고 우리 가문은 양반이 되었단다. 이씨 가문 만세!”

  6. 감축드리옵니다
    그래서 따위님의 가운데 자가 혹 충성할 충(한자가 안되네요, 저는)자가 아니온지

    이상의 시를 어디서 복사하여 붙였다고 당연히 생각하며 읽고 있었는데
    오자가 2군데 있어 참 놀랐습니다
    (외워서 쓴 걸까? 아니면 베끼다가 힘들어서 난 걸까?…
    뭐 이 따위 영양가없는 상상이나 하고 있는 바다였습니다…머슥2)

  7. 忠. 이거 듣기만해도 치가 떨리는 내가 혐오하는 글자요. 할 수만 있다면 개명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요.

    誤打가 있군. 인터넷 뒤져도 저런 시는 찾기 힘들더군. 그래 보고 쳤는데, 사실은 예전에 보고 쳤던거 찾아서 카피 페이스트 한 건데. 오타가 있군. 오타가 있어. 오타가…

    머슥2에 오바1로 반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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