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60년대 중반에 군에 입대했다. 훈련병 시절, 일요일이면 해야하는 사역이 너무 힘들어 종교행사 참석을 선택해서 열외병이 되었다. 너무 많은 사병들이 열외병이 되자 사역을 해야할 병사가 부족해 화가난 하사관이 다가와 갖은 욕설을 퍼부어 댔다. 그러고도 분이 덜풀렸는지 그 하사관은 사병들에게 무조건 담배를 물라고 시켰다. 그것도 한 개비도 아니고 세 개비였는데 하나는 입에 물고 둘은 양 코구멍에 물어야 했다. 열외병들은 그 상태에서 담배에 점화를 한 다음 군종병의 구호에 맞춰 구보로 교회로 이동을 해야 했다. 담배 연기를 아니 마실 재간이 없었다. 노인은 그렇게 해서 담배를 배우게 됬다며, 이제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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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라고 누가 줬음. 가죽 케이스에 스트로보까지 있음.
슬퍼서
슬퍼서 슬프다고 말하지 않고 하루를 웃으며 살았다 슬퍼서 슬픔을 만나러 간다 가서 슬프게 웃어줄 것이다 |
오늘의 문장
“적어도 집권자가 그들을 기만하려고 애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다수 대중은 정치생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 자, 그럼, 대중 여러분! 오늘도 좋은 정치생활 되세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4, p287
모임은 즐거워
어제 낮에 광교산 자락 어느 식당에서 열린 모종의 모임에 참석을 했는데 좌장격인 사람이 시종일관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얘기만 장황하게 떠들어 대는 바람에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이건 뭐 유치원생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들어 있는 단어에만─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반응하면서 상대방 말을 자르고 제 입만 놀려대니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 비싼 기름 써 가며 천리길을 운전하고 왔는데 연장자에 대한 예우상 묵묵히 듣고만 있자니 속에서는 열불이 났다.
내 경멸을 눈치 챈 것일까? 모임을 파하느라 주차장에서 서성거리는 자리에서 그는 새삼스럽게 악수를 청하며 자기가 말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이크, 끝까지 거리를 두었어야 했는데 방심하다가 당했다. 아닙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나는 의례적인 멘트를 쳤다. 우웩, 내 멘트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면전에서 표나지 않게 사람을 경멸하려면 잠자코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즐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의 말에 간간히 추임새도 넣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만난다. 겉과 속이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