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 세상의 모든 따위 주니어들아 너희는 보았느냐 오늘 아침 고장난 비데에서 저 순결한 변기로 한 줄기 광란의 물기둥이 제우스의 번개처럼 내리 꽂히는 것을 웅장하고 웅장하고 장엄하고 장엄하니 절경도 이런 절경이 없으매 관동팔경은 찍소리 말 것이며 같은 경 자로 끝나는 사서삼경도 알아서 따위네 비데 폭포에 예를 갖출 지어다 그러니 주니어들아 이 어찌 아니 경사가 아니지 않은 것이 아니겠지 않겠느냐 어쨌든 경사니라 그러니 이리 와 한 잔씩 들라 괜찮다 엄마 핑계는 대지 마라 한낱 아녀자가 대장부 마음을 어찌 알겠느냐 괜찮다 아빠가 맞으면 된다 오 나의 주니어들아 세상에 셋밖에 없는 따위 주니어들아 오천원 짜리 귤 한 봉지를 오분만에 뚝딱 해치우고 입맛 쩝쩝 다시며 아쉬워하는 이 돼지 같은 주니어들아 잘 들어라 이 아빠는 귤 한 개밖에 못 먹었다 아 그건 그렇고 잘 들어라 중요한 얘기니 영어로도 한 번 강조하겠노라 리쓴 케어풀리 이게 다 내가 오늘 아침 저 물기둥 밑에서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신을 수양하며 벼락처럼 깨달은 바 있고 뜻한 바 있어서 하는 소리다 내 앞으로 저 물기둥으로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을 빻고 발전기를 가동시켜 세상의 배고픔과 어두움을 물리칠 것이니 너희는 그리 알고 장차 화장실을 사용함에 있어 다만 이상타 생각치 말지어다 여기에 있는 이 아빠아아는 미친 놈이 아니란다 ㄴㅁㅆㅂ ㄴㅁㅆㅂ ㅈㄷ

첫 눈

잘 가
와이퍼처럼 손을 흔들며

디스차지
디스차지

이거 왜 이러셔 나도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다구 오늘은 비명처럼 갈라지는 바이올린 소리를 바스러져라 껴안고 소통의 절벽에서 투신하고 싶다네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면, 오오 그대인가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초코파이해 줄 수 없나 모나리자, 본능적으로 돌아보는 우리집 아이들, 모나리자, 슬픈 수학은 싫어,

축구공 하나 사서 아이들과 놀다. 편을 갈라서 시합하다. 막내와 편을 먹고 첫째와 둘째를 13:8로 아주 박살내 주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좋은 아빠라고 스스로 우기다. 아내, 처가에서 한우 얻어 오다. 저녁 먹고 야산 중턱에 오르다. 바람들, 지들끼리 수근거리고, 처녀 귀신들, 유부남 왔다고 다 도망 가다. 잠자리에서 아이들, 옛날 얘기 해달라고 조르다. 해 달라는 얘기는 안 해주고 얼른 잠들라고 비유에 대해서 얘기해 주다. 아이들, 금방 나가 떨어지다.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이라고 스스로 우기다.

1.
유치원 끝나고 털레털레 집에 오는 길, 언이는 방과 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제 누나를 발견한다. 언이는 거의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다. 누나아아아아!

내츄럴-본-해브-노-아이디어-이리테이팅-보이*, 즉 말썽꾸러기 제 동생이 다가 오자 누나는 어떻게든 녀석을 떨쳐낼 궁리를 한다. 언이야, 누나가 누나 전재산 다 줄테니까 너 먼저 집에 가.

정말?
응. 정말!
오, 예에. 알았어.

언이는 소 뒷걸음질 치다 신대륙을 발견한 대가로 제 누이의 전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풍선껌 사먹어야지.

2.
얼마 전에는 어느 집에 양말을 벗어 두고 왔는데 며칠 전에는 어느 사무실에 새로 산 책을 두고 왔다. 그 양말은 현존하는 내 양말 중에서 가장 좋은 양말이지만 없어도 크게 괴롭지는 않다. 급하면 개구리 왕눈이 왕눈 만하게 구멍 난 양말이라도 신으면 된다. 문제는 책이다. 내 전재산을 다 털어 주고서라도 얼른 되찾고 싶지만 먼 길 나서기가 귀찮다. 개명된 세상, 어찌 해결책이 없으랴.

그제 사무실 주인에게 문자를 보내 책을 택배로 달라고 요청했다. 어제 사무실 주인에게 문자를 보내 책을 발송했는지 물었다. 그는 그제서야 보내겠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지금 사무실 주인에게 문자를 보내 택배를 보냈는지 묻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다.

언제 오려나? 책 기다리가다 남해 금산 망부석 되겠다. 늘 그렇듯 무슨 책인지는 말해주지 않겠다.

* Natural-born-Have-no-idea-Irritating-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