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자작극

다음 보기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보기: 우우, 발기하나 교미하지 못하는 나날들.

문제 1) 위 보기는 비유일까 직설일까?

문제 2) 1번 문제에 비유라고 답한 사람만 답하시오. 이것이 비유라면 글쓴이가 처해 있는 딱한 사정이 어떤 사정인지 적당히 사정하시오.

문제 3) 1번 문제에 직설이라고 답한 사람만 답하시오. 글쓴이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를 쓰시오. 약올리는 편지를 보내도 좋소. 어쨌든 13인의 아해는 골목길을 질주했소. 아마 지금 쯤은 질주를 다했을 것이오.

꽃우물 공원의 봄 밤

둘이 있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둘은 마주 보고 선다 안는다 꼭 안는다 꼭 끌어 안는다 이로써 둘은 하나다 입맞추고 싶다 하나는 까치발을 하고 하나는 허리를 잔뜩 숙인다 입을 맞춘다 이로써 둘은 정말 하나다 달콤하다 그런데 불편하다 둘이 있다 하나는 크고 하는 작다 둘은 입을 맞춘다 입과 입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 입맞춤은 너무 달콤한데 체위는 너무 불편하다 이윽고 하나가 하나를 번쩍 들어 벤치 위에 세운다 됐다 됐다 이제 편하고 달콤하다 봄밤이다 꽃우물 공원의─배 나온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둘을 흘끗거리며 지나간다

 

 

문장의 기본 골격

편집자의 손을 거쳐온 번역원고를 착찹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다가 생각이 나서 옮겨적는다.

“하나의 문장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골격을 가지고 있다.

1. (가) 무엇이 어찌한다.
    (나) 무엇이 어떠하다.
    (다) 무엇이 무엇이다.”

─ 문교부, <<고등학교 문법>>,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1

내 핸드폰은 내게 응답하지 않는다

지난 새벽, 실연당한 것 같은 어느 모르는 여자의 슬픈 목소리를 내 불안한 꿈과 잠시 연결해 주었던 핸드폰, 일요일이 다 가고 아이들 데리고 처가에 간 아내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 찾아 보니 침대 밑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엎드려 있다. 잠결에 내가 핸드폰을 휙 던졌던가? 문득 핸드폰에게 미안하다. 나는 조용히 방을 나와 유선전화를 집어들고 내 핸드폰에게 전화를 건다. 내 핸드폰은 내게 응답하지 않는다. 나는 전화기를 내려 놓고 핸드폰에게 간다. 방금 또 한 차례 경련을 끝낸 핸드폰은 아무일 없다는 듯 방바닥에 무심하게 엎드려 있다. 핸드폰을 집어들고 폴더를 연다. 2007년 3월 11일 일요일 오후 9시 25분 부재중 전화 1통. 나는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한다. 언제 올 지 모를, 어쩌면 영 오지 않을 지도 모를 신호를 무심하게 기다리려면 버틸 힘이 있어야 하니까.

 

 

훌라걸스

영화 <훌라 걸스>에 대한 감상을 몇 자 적으려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부질 없다. 이렇게 몇 자 끄적거려 놓는 것도 부질없기는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