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와 사탕과

어서 얻었는지 누룽지 사탕 두 개를 가지고 와 하나를 내밀고 간 너
나는 또 책에 코를 박고

아빠, 아빠
상대방이 제 말을 듣지 않으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불러
소위 어텐션을 확실하게 겟 한 다음에 할 말을 또박또박 하는 너

아빠, 아빠.
어, 왜?
(파란색 4 X 4 레고 조각을 보여주며)응, 이런 레고 짝퉁 아닌 거 찾으면 컴퓨터 비밀번호 나와 있다.

그러자 아내가 얼마 전에 컴퓨터 로그인 비밀번호를 LEGO로 바꿨다고 한 말이 생각 났다.
그런데 왜 입안의 누룽지 사탕은 단데 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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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낮에 아이들방 옷장 서랍에서 곰팡이꽃이 탐스럽게 핀 우유가 발견되었다 한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어느 미친 하얀 우유가 사람 뱃속에 들어가는 대신 옷장 서랍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말하자, 낙타가 바늘구멍도 제 집 드나들 듯 드나드는 세상인데 그게 뭐 어렵냐 면서 막내가 흔쾌히 도와주었다 한다.

2.
아빠, 그런데 기언이가 변명을 이쁘게 하더라.
뭐라고 그러든?
곰팡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그랬대.

어떤 대화

형: 넌 몰라.

동생: 나도 알아!

형: 니가 알긴 뭘 알아?

동생: 나 알고 있어. 지식도 있고.

형: 아, 니에에. 머리가 장식용인줄 알아서 죄송합니다아~.

게임 중독

“특히 테란의 에스씨브이가 죽었을 때 정말 쌤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자식들, 평소의 언행이 이런 식이다. 이 사태를 어찌 해야 하나
하고 내가 고민할 거 같은가.

우리집 애들은

우리집 애들은 생라면도 먹고
바나다도 먹고 초코파이도 먹고 상추쌈도 먹고 감자탕도 먹고 오리고기도 먹고
잘 먹는다 마구 먹는다 많이 먹는다

우리집 애들은 지우개도 먹고
휴지도 먹고 비누도 먹고 치약도 먹고 페트병도 먹고
A4용지도 먹고 색종이도 먹고 심심하면 태권도 띠도 먹는다

그뿐인가 우리집 애들은 양말도 먹는다
그것도 한 짝씩만 먹는다
너는 왜 양말을 신니? 먹어야지.
엄마, 이렇게 발을 넣었다가 먹으면 양말이 더 맛있어.

비오는 날 아침에 보니
우리집 애들은 우산도 먹는다
그 많던 바쿠간 우산, 그 많던 장우산, 그 많던 꽃무늬 우산은
그 많던 빨간 우산, 노란 우산, 찢어진 우산은
모두,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