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언이가 있는 대로 늑장을 부리다가 가방 메고, 신발 신고, 현관문 열고 집을 나서면서 기껏 한다는 인사를 말씀드리죠. “유치원에 다녀오겠습니다만…” 말본새하고는. 대관절 이게 무슨 뜻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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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셋! 컴퓨터는 하나!
1.
온갖 바이러스와 악성 코드가 창궐하던 데스크탑 컴퓨터를 확 밀어버리고 OS를 새로 깔아주었더니─데스크탑이 안 되자 아내가 자꾸만 내 노트북을 넘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그 동안 개미 잡으러 간다, 놀이터 간다, 인라인 스케이트 탄다, 줄넘기 하러 간다, 친구 집에 간다며 종일토록 싸돌아 다니며 재래식으로 놀던 아이들이 이제는 종일토록 컴퓨터 앞에 매달려 요즘 애들 답게 논다. 망할 컴퓨터, 다시 기능장애가 오려면 한참 걸릴텐데…
애는 셋! 컴퓨터는 하나! 싸울만도 한데 사이도 좋다.
2.
방과후 특기 적성 수업을 마친 雨가 1633 콜렉트 콜로 전화를 해서는─1633 콜렉트 콜입니다, 상대방을 확인하세요, 계속 통화하시려면 아무 숫자 버튼이나 눌러주세요─데리러 오란다. 갔다. 초등학교와 나란히 있는 중학교 교문 앞에 하교하는 중딩들이 바글바글하다. 세상은 넓으나 학교 앞 인도는 너무 좁으니 차도까지 우르르 점령하고 얘기 하랴, 자전거 타랴, 문자 보내랴, 욕하랴, 도통 비킬 생각을 안 한다. 그래 니들 학교 앞이니 지나가는 내가 참는다며 끝까지 참았다.
내 자식들도 머지 않아 저렇게 쌩날라리들이 될 것이다.
개학
방학식
어저께 같은데
벌써 개학이네
방학 때 실컷 놀은 게
어저께 같은데
벌서 개학이네
방학 때 여행갔던 게
어저께 같은데
벌써 개학이네
방학이라고 늦잠 잤던 게
어저께 같은데
벌써 개학이네
학교 가기 싫은데
할 수 없지
학교 가야지
─ 이나우 作
(언제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굴러다니는 A4지에 씌어 있는 걸 여기에 옮겨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