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느니 한숨이로다.

황야의 마녀의 마술에 걸려 한 순간에 팍 늙어버린 소피는 여차저차 해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입성했다. 그곳에는 꽃미남 하울과 그의 똘만이 마르크가 살고 있었다. 소피와 하울과 마르크가 함께 하는 아침 식사 시간, 마르크가 제대로 된 아침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게걸스럽게 먹는다. 그 모습을 본 소피는 이렇게 중얼 거린다. “가르쳐야 할 것이 많겠어.”

아이들이 갑자기 윷놀이를 하겠다고 설치더니 내게 기본적인 규칙을 물어본 다음 곧장 본 경기에 돌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여하지 않고 나 할 일 하고 있다가 잠시 뒤돌아 보니─ 그렇다. 그들은 내 침대에서 놀고 있다. 시끄러 죽겠다. ─ 말을 놓는 게 영 엉망이다. 윷놀이의 묘미는 업고 가는 것인데, 아이들은 그냥 하나 씩 하나 씩 나오는 대로 정직하게 움직이고 있다. 저래가지고 대저 어느 세월에 경기가 끝나겠는가. 정말 가르쳐야 할 것도 많다.

그밖에도 가르쳐야 할 기본적인 아이템을 열거해 본다. 원카드, 하이로, 세븐오디, 훌라, 고스톱, 육백, 뻥, 섰다, 운수 떼기, 바둑, 오목, 장기, 체스, 다이아몬드 게임, 오델로, 풍선껌 불기, 휘파람 불기, 지뢰찾기, 3X3X3 큐브 맞추기 등등. 이 많은 걸 다 전수해 주려니 나오느니 한숨뿐이로다. 오늘 밤에도 한숨이 바람에 스치운다.

p.s.
여기서 따위넷 3주년 기념 막간 퀴즈 하나: 위에 열거된 온갖 잡기들 가운데 따위와 가장 어울리지 않으며, 동시에 그가 할 줄 모르는 것은?

작품명: 걸리버 여행기


─ 이나우 作

방과 후에 학교 도서관 갔다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다.
틀림 없이 나를 짝사랑하지만 말할 용기가 없는
어느 멍청한 녀석이 그랬을 거야.
그래도 그렇치 치사하게 운동화를 훔쳐 가냐.
실내화 없었으면 집까지 완전 맨발로 걸어갈 뻔했네.

코딱지

엄마, 내가 5백원만 주라, 그러면 왜, 그래야 돼. 그러면 내가 딱지 사게, 그럴거야. 그러면 무슨 딱지, 해. 그러면 내가 코딱지 그럴거야, 알았지? 엄마. 왜? 5백원만 주라. 왜? 딱지 사게. 무슨 딱지? 코딱지. 헤헤. 재밌다. 기언아. 왜? 5백원만 주라. 왜? 딱지 사게. 무슨 딱지? 코딱지. 에이, 더러워. 엄마, 엄마, 난 엄마가 좋아.

노는 게 남는 거다

도서관 다녀 오는 길, 놀고 가자는 나우의 말에 비탈진 잔디밭에 덜퍼덕 주저 앉았다. 나우는 언이를 데리고 언덕 아래 놀이터로 내려가고 나는 ‘무슨 무슨 역사’ 책을 읽고 기엽이는 ‘우주의 팽창’을 봤다. 얼마 후 그동네 토박이 아이들이 골판지를 가져다가 잔디밭에서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그걸 보더니 나우도 따라 타기 시작했고, 기엽이도 따라 했다. 막내는 덩달아 소리를 질러 댔다.

날이 저물고 기온이 떨어지길래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오는 동안 녀석들은 아주 신이 났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재미있는 건 처음이야.” “우리 집에 가서 썰매 만들자.” “그래, 좋아.” “엔진을 달면 어떨까?” “안전 벨트도 매야지, 누나.” “아빠, 우리 내일 또 여기 와서 놀아도 돼요?” “집에 가면 엄마 한테 할 말이 정말 많겠다, 그치?”

그래, 놀아라, 놀아. 노는 게 남는 거다.

어록

우) 잘 가거라, 슬픔의 운동회여!

따위) 왜 슬퍼, 져서?

우) 네에, 그렇지요.

따위) ……

우) 아휴, 번데기 하나라도 먹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