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이야기

─ 이기언 作


옛날 옛날 착한 전기 뱀장어가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기 뱀장어는 전기 가오리를 만났어요.


또 가다가 전기 메기를 만났어요.


그리고 전기 가오리는 떠났고
전기 뱀장어와 전기 메기는 서로 다른 곳을 찾아 갔어요.
안녕, 난 갈게.

(끝)

예술가 후원의 어려움

아빠, 내가 왜 마트 가려고 그러는지 알아?
몰라. 왜?
종합장 사려구.
종합장은 뭐하게?
그림 그리게.
그림 그릴 데가 없어?
응. 복사용지는 좀 그렇잖아.
알았어.

우리집 꼬마 예술가 선생을 지원하기 위해서 달포 전에 거금을 들여 수입 수채화 용지(made in Italy)를 사 주었는데, 웬걸, 예술가 선생의 동생 녀석과 누나가 덩달아 달라붙어 수채화 용지를 함부로 쓰는 바람에 ‘아이쿠야, 저 녀석들한테 미술 재료 사 대다가 집안 거덜 나겠다’ 싶어서 그냥 복사 용지나 한 묶음 사주고 말았더니, 그래놓고 까맣게 잊어 먹고 있었더니, 예술가 선생이 기어코 저런 소리를 하는구나. 오호, 통재라.

어록

돼지바를 먹던 언이가 하드 안의 빨간 딸기 시럽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아니, 아예 파도가 치고 있다.”
순간 나는 모종의 시적 질투심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