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바보는 웃긴다

영화 <덤 앤 더머>:
바보와 더바보가 사막의 길을 걷고 있다. 웬 관광버스가 이들 앞에 멈춘다. 그러더니, 허걱,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내린다.

“어이, 형씨들!”

바보와 더바보 이게 웬떡이냐 싶은지 모공이 확대되고 바로 언니들 앞에 넙죽 대령한다.

“무슨 일이십니까?”

언니들이 대답한다.

“그게요. 그러니까 말이죠, 우리는 보시다시피 미녀들인데, 우리는 지금 무슨 미인 대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인데, 우리가 우리 등에 오일을 발라줄 바보들을 찾고 있거든요. (혹시 이 일에 관심있쑤?)”

바보와 더바보, 누군지 그 일을 맡게 될 바보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러워한다. 그래서 대답을 한다.

“저쪽으로 쭉 가면 마을이 하나 있는데 거기 가면 언니들 등에 오일 발라줄 행운아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언니들, 뭐 이런 띨빡이 다 있느냐는 표정을 짓더니 차문을 닫고 휭하니 출발한다.
이때 바보가 갑자기 더바보를 때린다. 바보와 더바보가 황급히 버스 꽁무니를 쫓아간다.

“이봐여, 언니들, 잠만여!”

가던 버스가 멎고 좀 전의 쭉쭉빵빵 언니들이 다시 내린다. ‘짜식들’ 하면서!
그러나 아니었다. 바보와 더바보는 언니들한테 마을로 가는 길은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라고 말한다. 언니들, 정말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차문을 닫고 가버린다. 영원히 가버린다. 바보와 더바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언니들 등에 오일을 발라주게 될 행운아들을 부러워한다. 영원히 부러워한다. 자막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상황 끝이다.

바보는 웃긴다. 그러니 가끔은 바보가 될 필요도 있다.

9. 실수하면 웃긴다

실수하면 웃긴다. 그러니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면 실수하라. 넘어지고 자빠져라. 방구 껴라. 밥 먹다가 밥알을 튕겨 나오게 하라. 유리문 없는 줄 알고 유리문에 부딪혀라.

한 가지 명심할 건 실수로 실수하지 말고 일부러 실수해야 한다는 것. 말을 바꾸면, 실수를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

8. 망신당하면 웃긴다

망신을 당하면 웃긴다. 그러니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면 망신을 당하는 걸 두려 하지 말라. 대신에 어떻게 하면 망신을 제대로 당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라.

고등학교 시절 전교학생회장을 지낸 한모씨의 아들 모석봉군이 어느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가재도구와 세간살이를 다 때려 부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요구사항은 의외로 간단했다.
__엄마, 나 새 빤쓰 사줘!
석봉 모가 나섰다.
__석봉아, 그렇게 성질부터 부리지 말고 자초지종을 얘기 하거라.
사단인 즉 이랬다. 전교생이 다 모인 강당에서 한모씨의 아들 모석봉군은 학생을 대표하여 바지를 내려보여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안타깝게도 때마침 그의 빤쓰 엉덩이에 농구공만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던 것이었다.

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들. 지나가던 새들도 웃고, 쥐 구멍속의 쥐들도 웃고, 양호선생도 웃고, 새까만 후배들도 웃고, 선생님들도 웃고, 유리창문도 웃고, 공기도 웃고, 강당 바닥이 다 일어나 웃고, 하늘도 땅도 웃는 소리!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개망신!

이 전교학생회장! 얼굴 들고 학교를 끝까지 다녔을까? 물론 그랬다. 누구였을까?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다.

망신도 이 정도면 정말 수준급이다. 이 정도는 돼야 진정한 쪽팔림의 반열에 드는 사건이다. 모름지기 남을 웃기려는 자는 이런 것도 까발려야 한다. 망신과의 동거! 웃기는 자. 그에게는 언제든 부채살처럼 뻗칠 수 있는 망신살. 이게 필요하다. (우리 살람 오랜 만에 넘버쓰리 송강호 톤을 써본다해 이거.)

7. 궤변은 웃긴다

다음은 미셀 푸코의 < 광기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예다.

스스로 굶어죽은 한 사나이의 삼단논법:
죽은 자는 먹지 않는다.
나는 죽은 자다.
따라서 나는 먹지 않는다.

피해망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경우:
A, B, C는 나의 적이다.
그들은 모두 사람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나의 적이다.

생략 삼단논법(enthymeme):
이 집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었다.
그러므로 이 집에 살고 있는 나 역시 죽었다.

자, 우리도 이딴 거 한번 만들어보자. 뭐, 이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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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복하면 웃긴다

지금 누가 나를 공격하고 있다. 지금 누가 내 존재를 뼛속깊이 건드리고 있다. 지금 누가 내 존재를 깊이 건드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금 누가 나를 아주 우스운 꼴을 만들고 있다. 내가 그의 공격을 받아 내 심장에 울그락불그락 단풍들어 가고 있는 동안에, 내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폭소가 터지고 있다. 아, 의식이 가물가물하고 아, 속이 터질라구 그런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22세기 서양 속담에 호랭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다.

때는 80년대 중반 장소는 어느 고등학교 교실.
별명이 ‘야마모토’인 학생이 있었다. 22세기 서양 속담에 별명은 생긴 걸 따라 간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생긴 것도, 하고 다니는 스타일도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게 꼭 귀신 씨나락 까먹은 ‘made in japan’하고 비슷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선생님의 탈을 쓴 선생님의 어느 수업시간에 ‘야마모토’가 드디어 진짜 오리지날 일본 놈으로 몰렸다. 와, 큰일 났다. 오리지날 일본놈이라니!. 이거 정말 존재를 엄청나게 건드리는 발언이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크롱마뇽마뇽인으로 몰린 것보다 더 분개한 이 학생, ‘나는 일본 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의 탈을 쓴 선생님이 “야, 우리나라 역사를 봐라. 네가 순수혈통을 아무리 주장해도 임진왜란도 있고……. 아무튼 넌 일본 놈이 맞다.” 하셨다. 그러자 이 학생,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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