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용료

꼭두새벽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용건은 돌아오는 일요일, 그러니까 2004년 2월 15일, 일요일 어디어디가서 여차저차한 이벤트를 7시간 동안 치루어야하니 시간을 비워두라는 것이었다. 일종의 ‘차출’인 셈이다. 나는, 그저 누가 불러주기만 하면 같이 실미도로 지옥훈련받으러 가자는 것도 고마워할 위인인지라, 아무 생각없이, ‘그러마’ 했다.
전화를 끊고나자 옆에서 전화내용을 들은 아내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왈,

“일요일날 남의 집 가장을 불러내다니. 거저는 안된다. 홍길동(가명)씨한테 가장 사용료 오만원 내라고 그래!”

나는 내가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걸 알았고, 남의 집 가장을 일요일 날 불러 내려면 가장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나저나 홍길동(가명)님이 가장사용료를 내고도 여전히 날 필요로 할까 모르겠다.

기존 photo 게시판

기존의 zeroboard를 써서 게시했던 사진들을 angle 카테고리로 importing 완료 했습니다. 물론 댓글까지 고스란히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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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웃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지가 뜨거나 남을 띄우는 것

아침에 똥을 누다가 읽은 시

마음을 똥으로 바꿔
누어버릴 수는 없을까?

─ 강창민 시집, 문지시선 85, < 물음표를 위하여> 중 ‘물음표를 위하여’ 中에서

덧붙임:
아침에 받은 영감inspiration 때문일까? 오늘은 이런 문장들만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눈이 번쩍뜨이는,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하다. 이 대목에서 아이들 자지러지다.

고추좀잠자리의 수채는 항문으로 물을 빨아들여서 숨을 쉽니다. 놀라기라도 하면 빨아들인 물을 항문으로 힘차게 토해 내고 헤엄을 칩니다.

─ 자연의 신비 4, < 고추좀잠자리>,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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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엽서

아라비아 사막에서 길을 잃었어. 모래 위에 당신 이름을 쓰지. 난 사막이 좋아. 당신 이름을 쓸 자리가 많으니까.

─ 로맹 가리(지음), 김남주(옮김),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문학동네, 1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