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새벽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용건은 돌아오는 일요일, 그러니까 2004년 2월 15일, 일요일 어디어디가서 여차저차한 이벤트를 7시간 동안 치루어야하니 시간을 비워두라는 것이었다. 일종의 ‘차출’인 셈이다. 나는, 그저 누가 불러주기만 하면 같이 실미도로 지옥훈련받으러 가자는 것도 고마워할 위인인지라, 아무 생각없이, ‘그러마’ 했다.
전화를 끊고나자 옆에서 전화내용을 들은 아내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왈,
“일요일날 남의 집 가장을 불러내다니. 거저는 안된다. 홍길동(가명)씨한테 가장 사용료 오만원 내라고 그래!”
나는 내가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걸 알았고, 남의 집 가장을 일요일 날 불러 내려면 가장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나저나 홍길동(가명)님이 가장사용료를 내고도 여전히 날 필요로 할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