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문 閉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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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또 당신인가.
당신이 또 문을 열고 들어오는가.
그러나 당신이 나를 향하여 열고 들어오는 모든 문은 다
폐문이다.
그 문 안에 나는 없다.
이 세상 모든 문이라 이름 붙은 것 뒤에 나는 없다.

체험 삶의 현장. 독신남으로 하루 버텨보기.

어제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집에 가버렸다. (내가 그 전날 술먹고 늦게 들어왔다고 항의차원에서 가출한 건 아니다.) 어제 까지는 좋았다. 나는 혼자 저녁밥 챙겨 먹고 혼자 TV 좀 보다가 혼자 운동하러 다녀와서 혼자 몇 좀 하다가 혼자 잤다. 평화도 그런 평화가 없었다. 집안이 고요했다.

아침이다. 뭔가가 잔뜩 결핍된 아침이다. 문을 열고 들어와 올라타는 놈도 없고, 울음소리도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 그렇지. 나 혼자 아침 먹어야 하는 날이지. 밥은 어제 밤에 다 먹어치웠는데. 아, 밥하기 귀찮다. 귀찮아도 굶으면 나만 손해니 쌀을 씻어 안친다. 취사버튼을 누르고 집안 가득 뮤직을 깐다.

음, 전화 한 통화 없군. 그래, 니들끼리 재미있는데 놀러갔다 이거지. 지금이 열한시 반인데 아직 베란다 커튼도 안걷었고, 밥 다 되려면 아직 멀었다. 이런, 점심은 또 뭐해먹나. 저녁 전에는 오겠지.

“봄날은 간다” 2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

“봄날”은 “가면 그뿐”

[……]

차라리 외면해 버리고 싶은 날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