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다.
대차대조표, 글귀들, 연애편지, 사랑 노래, 소송서류,
영수증에 돌돌 말린 한 줌의 머리카락
이것들이 널려있는 서랍장도
구슬픈 나의 골통보다는 숨겨둔 비밀이 적다.
나의 골통은 공동묘지보다 더 많은 시체를 묻어둔
피라미드, 거대한 동굴이다.
─ 나는야 달님도 질겁할 묘지,
기다란 지렁이가 회한처럼 기어나와
내게는 몹시도 소중했던 죽은 이들을 끊임없이 갉아댄다.
나는야 여인의 침실, 시든 장미와
이제는 철지난 옷가지가 널려있다.─ 보들레르
Monthly Archives: March 2005
누구 닮은 걸까?
─ 1999년 7월 1일, 양평 콘도, 11개월된 나우
비밀의 동굴 메모
나, 오래도록 갱도를 파들어갔으나
아무데도 당도하지 못했다.
‘여기가 막다른 곳이로구나.’
그 어둡고 긴 갱도를 거슬러 나오며
나, 괴로웠다고 말해야 하나.
그로부터 다시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내 가슴에는 아직 비밀의 동굴이 남아 있어
나, 가끔 동굴의 입구에 서서
저 어두운 안쪽을 들여다 본다.
그러나 들여다 보기만 할 뿐
저 안으로, 저 텅 빈 내부로 들어가 볼 용기는 없다.
어쩌면 저 속에는 내가 아직도
저쪽으로 통로를 만들지 못했던 내가 여전히
절망적으로 굴을 파고 있을 것만 같아서.
따위넷 워드프레스 사용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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