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톨트 곰브로비치(지음), 임미경(옮김), <<포르노그라피아>>, 민음사, 2004
조심스럽게 사용해보는 용어인데, 이 소설은 ‘역방향 소설’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뒤로 걸으면 낯설다. 우리가 앞으로 걷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데 3시간쯤 소요되었으니 그 시간 만큼 나는 뒤로 걸어본 ─ 후퇴가 아니다. ─ 셈이다.
나는 순방향은 좋은 의미로, 역방향은 나쁜 의미로 쓴 것이 아니다. 굳이 그 의미를 밝혀보자면 순방향이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순치되어 있는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제목은 ‘Pornografia’인데 grafia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어감상 ‘역방향의 가치가 실현되는 소설적 공간’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포르노는 ‘역방향’의 상징인 셈이다.
p.s.
아, 포르노그라피아에 포르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