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여기까지…

2004년, S와 Z는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어린이들이었다.

2005년 봄, S는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에서 벗어나 넓은세상유치원으로 진학하여 당당한 유치원생이 되었으나 Z는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어린이 노릇을 계속했다. 둘은 눈물로 헤어졌다.

2006년 봄, S와 Z는 잘 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어린이 노릇하는데 싫증이 난 Z가 자기도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누구처럼 어엿하고 당당한 유치원생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정보를 접한 S는 첫사랑 Z를 자기가 다니고 있는 넓은세상유치원에 다니게 만들어달라고 엄마를 졸랐다. 안 그러면 가출을 해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S의 엄마는 사랑에 눈 먼 딸을 위하여, 넓은세상유치원에 원서만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 희귀초특급초강력 추천장을 비밀리에 구해 Z의 엄마에게 건넸다.

Z의 엄마는 고맙다 말하고 넓은세상유치원에 원서를 접수했다. 이걸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그러나 Z의 엄마는 포트폴리오 삼아 넓은세상도좋기는하지만유치원에도 원서를 넣었다. 결국, 늘 그렇듯 Z는 넓은세상도좋기는하지만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이 사실이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의 가가호호에 전해진 그날 밤, Z의 엄마의 방명록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Z와 S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연은 여기까지, 라는 이 문제적 표현을 읽는데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그냥 그랬다.

spoiler

“The diary had been a Horcrux.”

─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p500

<덧붙임>
“C’mere, Harry…”
“No.”
“Yeh can’ stay here, Harry. … Come on, now …”
“No.”
He did not want to leave Dumbledore’s side, he did not want to move anywhere. Hagrid’s hand on his shoulder was trembling. Then another voice said, “Harry, come on.”
A much smaller and warmer hand had enclosed his and was pulling him upward. He obeyed its pressure without really thinking about it. Only as he walked blindly back through the crowd did he realize, from a trace of flowery scent on the air, that it was Ginny who was leading him back into the castle. (p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