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여기까지…

2004년, S와 Z는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어린이들이었다.

2005년 봄, S는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에서 벗어나 넓은세상유치원으로 진학하여 당당한 유치원생이 되었으나 Z는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어린이 노릇을 계속했다. 둘은 눈물로 헤어졌다.

2006년 봄, S와 Z는 잘 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어린이 노릇하는데 싫증이 난 Z가 자기도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누구처럼 어엿하고 당당한 유치원생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정보를 접한 S는 첫사랑 Z를 자기가 다니고 있는 넓은세상유치원에 다니게 만들어달라고 엄마를 졸랐다. 안 그러면 가출을 해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S의 엄마는 사랑에 눈 먼 딸을 위하여, 넓은세상유치원에 원서만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 희귀초특급초강력 추천장을 비밀리에 구해 Z의 엄마에게 건넸다.

Z의 엄마는 고맙다 말하고 넓은세상유치원에 원서를 접수했다. 이걸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그러나 Z의 엄마는 포트폴리오 삼아 넓은세상도좋기는하지만유치원에도 원서를 넣었다. 결국, 늘 그렇듯 Z는 넓은세상도좋기는하지만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이 사실이 우물안개구리아파트단지의 가가호호에 전해진 그날 밤, Z의 엄마의 방명록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Z와 S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연은 여기까지, 라는 이 문제적 표현을 읽는데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그냥 그랬다.

Posted in 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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