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desk

책상에 앉아서 아이들의 잡다한 요구를 하나 둘 씩 들어주다 보니 책상은 오간 데 없고 작업대만 남았다.

그 요구란 이런 것들이다; 페트병 자르기, 아이들이 만든 각종 책─<<징그러운 벌레의 세상>>, <<만들기 과학책>>, <<악어를 찼아서>>, <<여러 동화>>─ 제본하기, 송곳으로 구멍 뚫기, 글루건으로 이것저것 붙이기, 가위로 이것저것 오리기, 풀로 이것저것 붙이기, 칼로 이것저것 반듯하게 자르거나 파내기, 톱으로 나무 자르기 등등.

가운데 뾰족하게 솟아 있는 쇳덩어리는 얼마 전에 아버지가 “너 이거 주랴” 하며 건네 주신 물건이다. 왠 떡이냐 싶어 냉큼 챙겨왔다. 타이어 펑크 났을 때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데 쓰는 것이다. 집에 가져와 품에 안고는 어화 둥둥 내 사랑이야, 하며 한참을 쓰다 듬었다.

우기의 대화

언: (거실에서 형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며) 엄마, 오토바이가 왜 이렇게 작은 거야?
싸모님: (방에서 비질을 하며)오토바이가 자긴 왜 자?
언: 응, 뭐라구?
싸모님: 오토바이 안 잔다구.
언: 응, 뭐라구?
싸모님: 아무 말도 안했어, 엄마.
언: 좀 전에 오토바이가 잔다고 했잖어.

모자지간의 이 부조리한 대화를 들으며
그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2>>를 읽고 있었다.
밖에는 장마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어록

돼지바를 먹던 언이가 하드 안의 빨간 딸기 시럽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아니, 아예 파도가 치고 있다.”
순간 나는 모종의 시적 질투심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