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이 낫다

요즘에는 아래아hwp.exe를 사용할 때마다 한국이 영어의 식민지라는 것을 느낀다.
내 의지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저 스스로 영타로 전환한다.
아래아 프로그램은 좋게 보면 bilingual이고
나쁘게 보면 온전한 제 언어를 , 따라서 제 세계를 가지지 못한 정신분열증 환자 같다.
불편해도 메모장notepad.exe이 (이 부분에 당신의 구미에 맞는 강조부사를 넣어 읽으시압!) 낫다.
내가 온전한 언어와 세계를 가졌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분열된 내 언어와 세계가 어플리케이션으로 인해 더 비참해져 간다는 뜻이다.
꼭 만년필이 아니어도 좋다. 손으로 쓰자.

(손으로 쓰자
고 타이핑 해야 하는 이 역설이
“날 더욱 비참하게 해”!)

그렇게 살기

몇 년 전:
“나 같으면 그렇게 못살아.”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그가 나를 두고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고 나에게 말했다.

몇 달 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어?”
전화기 너머에서 그가 이렇게 말했다.

며칠 전:
“너 앞으로도 별일 없으면 30~40년은 더 살텐데 계속 그렇게 살래?”
코로나를 홀짝거리는 내 앞에서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이름의 차를 주문해 마시던 그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그he/she’들은 모두 다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