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아이들을 계곡물에 잠시 놀게 하고 난 백숙을 먹었다.

부전자전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책을 몇 권 주웠다.
그 중에 <<안네의 일기>>가 있길래 애들에게 주며
히틀러, 유대인, 독가스 등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잠시 후 아들녀석이 이런 소리를 했다.
“누나, 아빠가 독가스 마시면 죽는다고 했잖아. 근데 돈까스 먹으면 맛있지 않아?”
아빠의 쿨cool한 DNA 탓인가?
짜식이 닮을 걸 닮아야지. 대체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은가?

[영화] 모짜르트과 고래

모든 점포에 CCTV 설치! 어느 상가의 동쪽 출입구에 붙어 있는 말이다. 상가에 들어서던 나는 눈을 들어 모든 점포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뻥이다! 그저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혹시라도 도둑질할 생각일랑 애저녁에 품지를 말라는 경고를 과장해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1시간 수영후 10분간 휴식! 내가 다니는 수영장 벽면에 붙어 있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영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는 매시 정각에 방송되고 10분간 휴식을 알리는 멘트는 매시 50분에 방송된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저 문구를 쓴 사람과, 그걸 떡하니 벽에 붙여놓은 사람과, 저렇게 붙여 놓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수영장을 운영하는 사람과, 이 모든 것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모든 사람들의 모든 무신경이 나는 짜증스럽기도하고, 부럽기도 하다.

경고하겠는데 당신은 이런 일에 관심끄고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거 심하면 병이다. 여기 한 소녀가 있다. 어릴 적에 그녀는 올림픽 중계방송을 시청하던 부모가 기록이 깨졌다(A world record is broken!)는 사실에 환호하는 걸 본다. 레코드 깨는 게 뭐가 어렵다고 저 난리야.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이면 나도 깨뜨려 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안에 있던 레코드판들을 정원에 나가 깨뜨려 버린다.

언어에서 의미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언어를 문자 그대로literally 이해하는 이런 증세를 일컬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라 한다는 걸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처음 알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의 일종인 신경질환으로 사회적.정서적 상호 교류에 문제를 일으”킨다. “장애는 보통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지만 성장 과정에서 더 많은 장애의 발달이 나나탄다. 이것은 성격상 사회 부적응과, 대화의 미숙함, 이상한 행동과 관심사에 대한 반복된 행동을 나타내며, 자극이나 환경에 대한 이상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저 소녀가 ‘모짜르트(라다 미첼)’다. 여기 또 한 남자(조쉬 하트넷)가 있다. 마찬가지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환자다. 그는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처럼 수를 천재적으로 다룬다. 그는 미치고 팔짝 뛰겠는 상황과 맞닥뜨리면 주차장에 가서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들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영화는 둘이 만나 소통하고 사랑하는 얘기를 다룬다. 그 사랑은 눈물 나고 답답하고 아름답다.

경쾌한 음악과 남녀주인공의 수려한 용모가 감정이입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나라면 인물이 좀 덜 되는 주인공을 캐스팅해서 더 슬프게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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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링크 하나 걸어 둔다. “‘상황 인식적 어의(語意) 지각(context-aware semantic perception)’ 기능”이 “거의 마비상태”인 사람의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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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과거에 쓴 말을 액면 그대로 쓰면 웃긴다도 아스퍼거 증후군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음.

몽상가 스누피

몽상가 스누피는 언제나 지붕에 올라 꿈을 꾼다. 원작자 슐츠는 “그는 살아남기 위해 공상한다. 안 그러면 지루하고 비참한 개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 시네21, 6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