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일과 알리바이와 현장부재증명

그러니까 난 그곳에 갔었고 그곳에 있었으나 그곳에 없었다. 날을 잘못 잡았고 ─ 이건 무슨 뜻인가 ─, 일의 우선 순위가 틀렸으며 ─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일단 한 잔 하고 시작하자 ─, 곧 그곳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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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은 쓰지 않고(홀로)
말은 많았으므로(어울려)
나는(홀로)
없다(더불어)

오늘의 문장

“… 그러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어린아이들의 무지에 지나지 않겠지.”
…that my present knowledge will appear to me but as childish ignorance.

─ 토마스 하디, <<이름 없는 주드>> p.70

얼마세요?

처방전을 내밀었더니 약을 조제해 주며 약사가 1500원이세요, 한다.
1500원이세요,가 말이 되면 얼마세요?,가 말이 안 될 이유가 없다.
빨간 벽돌과 비슷한 맥락이다.

항아리와 요강

“아돌프 로스와 나는(그는 문자 그대로, 그리고 나는 문법적으로) 그저 항아리와 요강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모름지기 바로 그 차이가 문화에 운신의 폭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 즉 이러한 구분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항아리를 요강으로 사용한 사람과 요강을 항아리로 사용한 사람으로만 나뉜다.”

─ 앨런 재닉. 스티븐 툴민,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 p.142

이상하게 요즘 오래 전 읽은 이 문장이 자꾸 내 머리속을 맴돈다.

얘들아, 모르면 당한단다.

“단팥빵 하나에 육백 원씩, 두 개니까 삼천 원입니다.”
빵가게 주인은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웁니다.

─브리지뜨 라베, <<지식은 쓸모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