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한 분은 만화 보고 계시고, 다른 자식 한 분은 아이패드 하고 계시다. 차마 아름다운 광경을 보니 가학취미가 발동하여 두 분을 강압—물론 강압은 없었다. 오, 정수장악회여—적으로 모시고 대저, 문장에 대해서 아주 수준 높게 속성으로 설명해드린 다음에 5분 내로 각각 아무 거나 세 문장 씩을 써서 바치시지 아니 하시면 안타깝지만 이 비정한 애비가, 눈물을 머금고, 만화고 아이패드고 뭐고 다 금지시켜 드리겠다고 선언하였더니 자식놈님들께서 다음과 같은 명문장들을, 일필휘지로, 빠름, 빠름, 빠름, 그러니까 롱 텀 에벌루션의 속도로, 작성하시고는, 자기들끼리 킬킬 거리시면서, 뭔가 승리감에 젖어, 다시 하시던 일에 매진하시는 고로 나는 사이클 좇던 미니벨로 마냥 씁쓸하게 입맛만 떱하고 다시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제 그분들께서 성의껏 급조하신, 거룩하신 문장님들을 만나 보자.
슬램덩크는 만화이다.
슬램덩크는 재미 있다.
슬램덩크는 농구 이야기이다.
아이패드는 애플이라는 화사에서 만든 기계이다.
아이패드는 성능이 좋다.
아이패드는 재미 있다.
아, 독서고 교육이고 다 필요 없다. 고저 재미가 甲이다. 재미신을 영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