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법이 그런 걸

1.


영실이가 열 살이 된 어느 날이었어요.
어머니는 영실이에게 맛있는 음식과 새 옷을 주었습니다.
“어머니,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
영실이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물었어요.
그러자 그 때까지 아무 말도 없던 어머니가 울먹이기 시작했어요.
“영실아!”
“어머니, 왜 그러세요?”
“관기의 아들은 열 살이 되면 종이 되어 관가에 가서 살아야 한단다. 내일이 바로 그 날이야.”
영실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싫어요, 싫어! 어머니와 살겠어요, 어머니…….”
영실이는 어머니의 목을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영실아, 나라 법이 그러니 어떻게 하겠느냐?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야.”
영실이와 어머니는 울면서 하룻밤을 지샜습니다.
다음 날 새벽, 영실이는 길을 떠났어요.
“영실아!”
“어머니!”
영실이는 어머니 곁을 떠나기가 싫어서, 자꾸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걸어갔습니다.

─ 이준연(글), 전진프로덕션(그림), <<뽀뽀뽀 위인동산 6: 장영실>>, 한교, 1997

이 어찌 파토스 넘치는 장면이 아니리오?
예나 지금이나 나라 법은 백성이나 국민을 괴롭히는 게 주목적이었던 모양이다.
머지 않아 저들의 치하에 살게 될 터이니 나는 또 치사하게, 굴욕적으로, 내적 망명이나 준비해야겠다.

2.
굴욕하니까 생각난다. 몇 달 전에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한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한문화, 2006)을 샀는데 구매이유가 시네21 서평에서 “비굴종 강아지”라는 구절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굴종하지 않는 강아지라니, 멋지군!’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책을 사서 찬찬히 살펴보니 비굴종 강아지가 아니라 “비글종 강아지”였다. 속았구나! 땅을 쳐도 소용 없고 정관수술을 해도 소용없었다. 치와와나 시베리안어쩌구라는 종자는 들어봤어도 비글이라는 종자는 처음이었다.
사후에 돈을 많이 버는 사람 1위가 엘비스 프레슬리고, 2위가 존 레넌, 3위가 찰스 M. 슐츠였다는 것 며칠 전에 TV에서 보았다는 것을 덧붙여 둔다.

3.
찰스 슐츠가 이런 말도 했다더라; “그는 살아남기 위해 공상한다. 안 그러면 지루하고 비참한 개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공상”을 멈추고 “지루하고 비참한 개[같은 나라]의 삶”을 직시해야 투사가 될 터이지만
당장 달콤하기는 공상이 달콤하다.
이를 테면 아내가 맛있는 거 사가지고 일찍 돌아오는 거.

Posted in 블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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