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거는 이거보다 좀 작지?”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어, 그거 뭐예요? 어디서 났어요? 멋지다.” 내가 말한다.
“응, 청계천에서 하나 샀어. 5천원에.”
“어디 좀 봐요.” 나는 바이스를 넘겨받아 이리저리 살핀다.
새거다. 멋지다. 나는 군침을 꿀꺽 삼킨다.
“원래 8천원 달라는 걸 깍아서 5천원에 샀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새거다. 멋지다. 게다가 360도 회전도 된다. 나는 군침을 꿀꺽 삼킨다.
“너, 가져라.”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자랑을 하려고 꺼내셨다가 마지못해 그러시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나주려고 꺼내신 걸까.
“정말요?” 나는 바이스를 냉큼 챙기며 여쭌다. 그리고 지갑을 꺼내 1만원짜리 한장을 아버지 주머니에 넣는다.
“됐다.” 아버지 사양하신다.
“받으세요. 5천원에 사셔서 만원에 파셨으니 완전히 두 배 장사네요.”
새거다. 멋지다.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어머니는 염색중이시다. 스물한 살, 이제는 처녀가 다 된 조카가 미용사다. 조카는 군에 간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밥 사주고 돈 내는 뒷모습이 멋진 새 남자친구를 사귀는 중이란다.
오늘 밤에도 이 바이스가 망막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