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크리스마스에 멀쩡한 집에 불이나 담배를 다시 피워 물었다는 누군가에 비하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이유로는 영 왜소하지만 아무튼 나는 한 10개월 전에 출판다 갔다 오는 길에 한 참을 망설이다 담배 한 값을 샀다.

한 동안은 가족들 몰래 도둑 담배를 피웠는데, 결국 아내한테 들켰다. 아내는 아빠가 담배 피운다고 애 셋에게 소문을 냈고 그래서 지금은 다 안다. 그래도 자식들 앞에서는 피우지 말자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이제 아주 대놓고 피우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무리 오밤중이라 보는 이 없다지만 주제에 체면에 잠옷 바람에 나갈 수는 없으니 바지 입고 외투 걸치고, 한 겨울에 담배 피러 밖에 나가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담배 피다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양말만은 차마 신을 수 없어 맨발에 2006년 여름에 롯데마트에서 산 ‘쓰레빠’ 끌고 나간다.

이 때는 가능한 한 계단을 이용하는데 그게 다 몸 생각해서다. 이상하다. 내려갈 때는 계단이 49개였는데 올라올 때는 50개다. 이만한 일에 바쁜 귀신들이 곡을 할 리는 없고 날 밝으면 다시 세어봐야 겠다.

아, 원래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닌데 그건 날을 좀 세워서 해야 겠다. 제목을 괜히 저렇게 달아 놓은 게 아니다. 물론 언제 날이 설 지─”의존명사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한글 바로 쓰기>>(종로서적), p55─는 모른다. 오늘 밤에도 담배 연기가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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