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2월 27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 두 권을 샀다. 다음은 그 가운데 하나에서 발췌한 것이다.

“자, 이제부터 뭔가가 변화한다.” 하고 그는 외쳤다. 그는 이제부터 침대를 ‘그림’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 그는 한참 동안을 그림 속에 누워서 이제 의자를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골똘히 생각하였다. 그는 의자를 자명종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옷을 입고는 자명종에 앉아서 두 팔을 책상에 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책상을 더 이상 책상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었다. 그는 이제 책상을 양탄자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아침에 그림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는 양탄자 옆의 자명종에 앉아 무엇을 어떻게 부를까 곰곰히 생각한 것이다.

─ <<고등학교 문법>>에서 재인용

2월29일, 강남 교보문고에서 책 한 권을 샀다. 다음은 그 책에서 위에 인용된 구절과 동일한 곳이라 짐작되는 부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제 달라질 거야.” 이렇게 외치면서 그는 이제부터 침대를 ‘사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피곤하군, 사진 속으로 들어가야겠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아침마다 한참씩 사진 속에 누운 채로 이제부터 의자를 뭐라고 부를까를 고심했다. 그러다가 의자를 ‘시계’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계 위에 앉아 양팔을 책상 위에 괴고 있었다. 그러나 책상은 이제 더 이상 책상이 아니었다. 그는 책상을 ‘양탄자’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남자는 아침에 사진 속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양탄자 위에 놓인 시계 위에 앉아, 무엇을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를 고심했다.”

─ 페터 벡셀(지음), 이용숙(옮김),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나는 저 고독한 사내가 외로울까 싶어 같이 미쳐주기로 한다. 그러니까 똥을 화물로, 변기를 컨테이너로, 오수관을 운하라고 부르기로 한다. 나는 컨테이너에 화물을 실어 대운하로 흘려보낸다.

저 사내의 말로는 이러하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침묵했고,/ 자기 자신하고만 이야기했고, 더 이상 인사조차도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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