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고양이

따위: 어제 밤에 내 그대를 위해 시 한 수 지었소.
싸모님: 읊어봐.
따위: 한밤중에 목이 말라 안방 문을 열어보니/ 싸모님 앞에 고양이가 고독에 절여져 있네/ 싸모님이 고양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싸모님: (웃음)
따위: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양이 고독구이를 먹을 수 있네.
싸모님: 말만 들어도 끔찍하다.
따위: 어때?
싸모님: 훌륭해. 근데 목이 마른데 왜 안방문을 열어? 냉장고를 열어야지.
따위: 역시 예리하셔. 그게 바로 이 시의 감상 포인트야. 부조리한 세상에는 부조리하게 대응해야 하는 거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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