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아파트 단지에 야시장이 들어섰다. 5월이 다가 오니 부녀회에서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부녀회장에게 10만원만 주면 누구라도 단지에 들어와 장사할 수 있다. 일요일 고즈넉한 오후에 단지가 떠나가라 방송도 해준다. 싸고 맛있는 영덕 대게를 지금부터 딱 10분 동안만 반값에 드립니다! 큰 불의에는 찍 소리 못하면서 작은 불의에는 지나치게 분개하는 본 정의의 용사는 언젠가 이런 방송 때문에 관리실에 가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 그래 봐야 아무 소용 없더라. 그들은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냐고 하더라. 모난 세상 둥글둥글 살자고 하더라. 그러시죠. 뭐. 싸고 질 좋은 쇠고기도 드셔가면서.

그건 그렇고, 야시장이 들어서니 아이들만 신이 났다. 막내는 이동식 튜브 놀이터에서 논다고, 3천원만 달라고, 안 주면 부자지간의 정을 과감하게 끊겠다고, 사정 사정하더니 고작 물고기 잡기를 했단다. 고무 다라이에서 500원짜리 만한 그물로 고기를 잡는 거란다. 잡은 물고기는 어딨어? 아빠한테 혼날까봐 형진이 형아 줬어! 오호, 이 놈 봐라. 이 놈이 눈가리고 아웅이로세. 그러니까 너도 물증 없는 심증은, 그러니까 “의혹은 있으나 흔적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걸 안다는 뜻이렸다! 넌 이 다음에 특검에 불려가도 되겠다.

아빠, 왜 언이만 물고기 잡기 시켜줬어? 시켜 주긴 누가 시켜줘. 그게 아빠한테 사기치고 저 혼자 가서 한 거지. 그럼 나도 사기칠래. 그러셔? 어디 쳐봐.

그러나 누가 자식을 이기나. 어슬렁어슬렁 세 놈을 달고 나가 1톤 트럭 위에 장착된 바이킹을 태워주었다. 아저씨! 한 명에 2천원? 그럼 셋에 5천원! 싫으면 관두시고. 아저씨가 마다할 이유가 뭔가.

태워주면 곱게 태워줄 일이지. 나는 누가 꼰대 아니랄까봐 또 용을 쓴다. 야. 저거는 한 번 타면 그냥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지만 그 돈으로 족발 사먹으면 몸에 오죽 좋겠냐. 우리 족발에 쐬주 한 잔 하자. 아니면 저 불법복제 DVD는 어때? 와, 라따뚜이도 있다. 그러나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끼약! 철 없는 아이들은 야매 바이킹을 타고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고 나는 봄밤이 왠지 쓸쓸한 것이다.

Posted in 애 셋 and tagged .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