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의 계절

유명하다는 카페 골목에서
진짜 오리지날 순 숫 노총각과 차를 마신다
그는 베트남 가서 색시감을 데려오면 어떻겠냐는 이웃의 조심스런 권유를 받은 적도 있다
아내는 내가 이 골목에 오는 걸 극구 반대했다
아마도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유명하다는 카페 골목에 앉았는데도
낭만은 어디 망명갔는지 콧배기도 안 보이고
7천원이면 라면이 몇 갠데…
나는 얼그레이 한 잔 값이 아까운 것이다
자고 갈 거죠?
생긴 거는 안 그런데 무지하게 예민한 이 총각
오늘은 웬일로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인다
밤길은 멀고 들어 자나 한데 자나 뒤척이기는 마찬가지일테니까
비문이라도 쓰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
총각의 늙은 개는 저 혼자 밤을 짖어야 할 것이다
나는 본연의 싸가지적 세계관에 입각해서
아무도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기로 한다
그나저나 아들친구들에게 잘 해 줘야 겠다
나 죽으면 운구해 줄지도 모르는 놈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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