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그대 가슴에 대못하나 쾅쾅 박고 넘어가야할 게 있다. 웃음은 유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에 대한 것이다. 중요한 얘기니까 한 번 더 말해야겠다. 명심하라. 웃음은 유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웃는 모습을 조금만 신경을 쓰고 관찰해보면, 사실은 관찰해보지 않아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디 가니? 점심은 드셨습니까? 장사 잘 되세요? 시험을 잘 봤니? 거 날씨 한번 좋다. 오래간 만이야. 비 오는데 한 잔 해야지. 우리들은 이런 웃기지 않는 말들에 웃는다. 우리는 웃으려고 결심조차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웃는다. 저절로 웃는다.

이유는 웃음이 관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웃음이 상대방에게 보내는 하나의 호의적인 평화와 화친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 물론 더러는 전쟁과 배척의 메시기가 되기도 한다. ― 웃음이 ‘싸움하면은 친구 안 해요. 사이좋게 지내자’는 언어이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웃음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결속해주는 힘이 있다. 웃음은 사람과 사람을 순간적으로 붙여주는 순간접착제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다. 사이좋은 사람들은, 가령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사랑에 눈 먼 연인들은 서로 눈만 마주쳐도 히죽히죽 웃는다. 싸우는 사람들은 서로 웃지 않는다. 웃으면서 싸우는 건 싸우는 게 아니다. 쇼다.

자, 그리하여, 또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웃음은 사회적인 행동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자주 웃기고, 자주 웃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웃어야 한다.
다시 이것이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 인기가 좋은 이유이다. 그는 사회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뭐 부모 잘 만나서 선천적으로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은 참 좋겠지만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도 그렇다고 절망할 것까지야 없다. 무엇보다도 절망은 이런데 쓰는 건 아니다.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도 인류가 아등바등 더불어 살아가는 이 지구별에서 할 수 있는 게 아직 남아있다. 그것은 잘 웃는 것, 잘 웃어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이웃주민들에게도 웃어주고, 미운 놈 아까운 떡 하나 마지못해 더 주는 심정으로 미운 놈에게도 역시 아깝지만 웃어주고, 하물며 지나가는 개에게도 웃어주는 것이다. 입만 열면 썰렁한 얘기를 해대는 다소 짜증나는 남의 속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속 좋게 웃어주는 것이다. 살아보니 그게 남는 거다.

웃으면 관계가 좋아진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혼자 웃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 우리는 관계의 바깥에 있다. 우리는 같이 웃는다. 같이 있을 때 우리는 관계의 안에 있다.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영화 <친구>의 포스터
혼자 있을 때 나는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었다. 우리가 혼자 웃는 경우는 혼잣말 하는 경우보다 그 빈도수가 훨씬 적다. 우리가 혼자 웃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이다. 가령, ‘가슴이 아프면/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아득한 미소 서정윤, <홀로서기>
’를 지을 때, 우리는 굉장히 슬픈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웃음의 관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웃음으로 상대방을 소외시킬 수도 있다. 가령 친구 세 명이 모여 있는데 그 중 두 명이 무슨 얘기를 하면서 자기들 끼리만 웃으면 나머지 한명은 아주 서운하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그들 사이의 우정은 깨진다.

웃음이 관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웃음은 태도가 된다.

다시 웃음은 사회적인 것이다. 이 말은 역으로 말하면 잘 웃는 사람일수록 타인과의 관계가 더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다. 성공한 자동차 세일즈맨이나 보험판매왕들이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했다는 기사를 한두 번쯤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라도 웃어야 하고, 그것도 잘 웃어야 한다. 굳이, 성공이니 출세니 리더쉽이니 뭐 이런 처세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웃고 살아야 한다.

웃자. 웃는 게 남는 거다. 그 다음에는 먹는 게 남는 거고, 그 다음에는 자는 게 남는 거다. 그러니 어쨌든 인생은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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