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과장하면 웃긴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며느리도 모르는, 방금 외계에서 전해온,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림사 창건 이래 누대를 일부 극소수 고수들에게만 전해 내려온 비법을 알려드리겠다. 뻥이 좀 심했다. 아무튼 다른 사람을 웃기고자 하는 의도와 의지와 자세와 태도를 가진 자가 배워야 할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인 수사학이 있다면 그건 무엇보다도 과장법이다. 과장! 이는 실제보다 크게 떠벌리는 것을 말한다. 아시다시피 침(侵)은 작고 봉(棒)은 크다. 뭐든지 침소봉대하는 것. 가령, 바늘만한 무서움과 떨림을 야구방망이만한 전율과 공포로 확대하는 것. 뭐 이런 것이 과장법이다. 황과장! 내 과장이 무슨 과장인지 아시겠지요?

표현을 과장하라.
어젯밤에 모기 한 마리가 웅웅거려서 잠을 못 잤다고 말하지 말고, 어젯밤에 모기 한 마리가 귓가에서 천둥을 치는 바람에 잠을 못 잤다고 말해라. 그대가 그립다고 말하지 말고 그대가 300Km나 그립다고 말하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도 사랑한다고 말하라.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어’도 사랑한다고 말하라.

목소리를 과장하라.
평소에 내던 자연스러운 목소리 말고, 평소에 안 쓰던 목소리로 말하라. 지나치게 애교스럽거나 지나치게 굵거나 가는 목소리로 말하라.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목소리로 말하라. 하하하, 호호호 세 음절로 웃을 일이 있으면, 하하하하, 호호호호 네 음절로 웃고, 앗! 외마디 비명이면 족할 상황에도 앗! 큰일 났어. 정말 큰일 났어. 몰라. 몰라. 어떡해. 어떡해. 정말 어떡해, 불난 호떡집보다 더 호들갑을 떨어라.

몸짓을 과장하라.
사관학교에서 생도 교육시킬 때 보면, 절도 있는 동작을 가르친답시고 ‘직각식사’라는 걸 가르친다. 직각식사는 식판에서 내 잎에 이르는 공간을 이동하는 숟가락의 궤적이 직각으로 움직이는 걸 말한다.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나는 웃음이 나와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니 몸짓을 과장하라.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을 하라. 회전반경을 크게 하고, 뭐 능력이 된다면 이수시게로 이 쑤시지 말고 전봇대로 이를 쑤셔라.

표정을 과장하라.
모기에 물려도 아파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라. 가랑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으면 삶의 희로애락에 지칠 대로 지쳐 절망한 표정을 짓고, 아침 한 끼 굶어 배가 고프면 한 한 달쯤 굶주린 사자의 굶주린 표정을 지어라. 안면 근육이 허락하는 한 가장 크게 웃고, 가장 쓰게 찡그리고, 가장 크게 입을 벌려라. 한 방울의 눈물이면 족할 이별에도 홍수에 물을 방류하는 댐처럼 펑펑 울어라.

크기를 과장하라.
간은 가끔 콩 알 만해지고, 가끔 배 밖으로 나온다. 월급은 쥐꼬리만큼 작고, 사랑은 하늘만큼 땅만큼 크다. 어떤 배는 남산만하고, 어떤 입은 하마입이다. 어떤 눈은 실보다 가늘다. 눈물이 강을 이르고, 발 없는 말은 천리를 간다. 어떤 사람은 옹졸하기가 밴댕이 속알딱지만하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고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뚝딱 쌓는다. 어떤 이는 힘이 역발산에 기개세다.

감각을 과장하라.
세상에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이 있고, 귀청이 떨러질 것 같은 소리가 있다. 앉아서 천 리를 보고, 서서 만 리를 보는 눈이 있다. 뼈를 깎는 아픔이 있고, 뼈와 살이 타는 밤이 있고, 살인미소도 있다. 애간장을 다 태우는 여인이 있고, 천추의 한이 있다. 빠르기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사람이 있고, 느려터지기가 일각이 여삼추인 사람도 있다.

이 밖에도 과장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과장하라. 사원도 과장하고 대리도 과장하고 부장도 과장하고 사장도 과장하라. 멀리 있는 건 망원경으로 당겨보고 과장하고, 가까이 있는 건 현미경을 들이대고 과장하라. 꺼진 불은 불 붙여 다시 한 번 끄고, 안 꺼진 불은 기름을 들이 부은 다음에 불을 꺼라. 파리 잡는데 전투기를 쓰고, 배드민턴 치면서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라. 아, 기왕이면 미식축구 복장이나 아이스하키 복장이 낫겠다. 웃기고 싶으면 ‘오바’하라. 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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