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디라도 가볼까 하고 길을 나서면 출발한지 5분도 안 돼서 얼마나 남았냐고 묻는 게 내집 아이들이다. 아는 랜드마크가 63빌딩과 ‘앗, 타이어 신발보다 싼 곳’ 밖에 없느니 얼만큼 왔는지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알턱이 없다.
현재 위치도 목적지도 모르니 집에서 300미터만 벗어나면 세상은 ‘전쟁의 안개’가 자욱한 스타크래프의 맵하고 별로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출발전에 지도도 몇 번 보여주고, 잔소리도 몇 차례 해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젖먹이 때 엄마 등에 엎혀 가면서도 손가락으로 방향을 지시했다는데 저것들은 누굴 닮았서 그런지 모르겠다.
오늘 도서관 신착 도서 코너에 혹시 볼만한 책이 들어왔나 살펴보다가 지리정보 어쩌구 하는 책을 무심코 집어들게 된 까닭은 아마 저런 연유였을 것이다.
이 책, 뜻밖에 재미 있다. 위도, 경도, 축적 따위 말고도 알아두면 유익할, 재미 있는 개념이 가득하다. 이거 좀 들여다 보면 GIS에 대해서 잘난척 좀 할 수 있으리라. 천상 되다만 먹물인 것이다, 나는.
아빠, 얼마나 더 가야돼?
니가 그런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건 “지리적 문제” 해결 능력이 없기 때문이야. 지리적 문제가 뭐냐 하면 말이지…..
나는 내가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