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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좀 늦을거야.
왜?
응, 복도에서 뛰다 걸려서 명심보감 쓰고 가야돼.
알았다.

자식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나도 모르게 신난다. 커서 나처럼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다녀왔습니다.
오냐. 근데 명심보감은 뭐썼냐?
응, 그게…..
방금 쓰고 왔다면서 그걸 몰라?

아이는 책가방에서 공책을 내민다. 읽어보니 나도 모르겠다. 공책 말미에 “앞으로는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복도에서 뛰지 않겠습니다”라고 씌여있다.

야, 급한 일이 있는데 어떻게 안 뛰어?
그야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지.
근데 복도에서 왜 뛰었냐? 급한 일이 뭐였어?
응, 그게 우리 모둠의 모든 애들이 1교시 쉬는 시간까지 우유를 다 먹으면 급식을 먼저 먹을 수 있거든. 그런데 우리 모둠이 여섯 명인데 한 남자애가 안 먹겠다고 우유 놓고 도망가서, 그거 먹이려고 뛰어다니다가 걸렸지.

듣고 보니 참 급도 한 일이다.

Posted in 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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