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한국 쎄일즈의 역사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두 사람의 ‘스타일’을 많이 비교한다. 말하자면 윤석금 씨는 ‘똥물도 걸러서 쓰는 사람’이었다. 능력이 있건 없건, 지나간 공과와 상관없이 본인이 일하고 싶다고 하면 받아들였다. 한 사장은 한번 밉보면 다시 보지 않았다. 험이나 실수를 쉽게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강운구와 쉰여덟 사람(지음), <<특집! 한창기>>, 창비, 2008
“윤석금 씨”가 ‘똥물도 걸러 쓰는’ 용인술로 오늘의 웅진그룹을 일궈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웅진熊津은 충남 공주의 옛이름으로 곰나루라는 뜻이다. 나는 웅 자 들어가는 말은 다 싫다. 곰 웅 자나 수컷 웅 자나 마찬가지다. 성웅, 영웅, 간웅, 웅비, 자웅, 웅담. 하다못해 이름에 ‘웅’자 들어가는 녀석은 친구로 삼지도 않았다. 아무튼 곰나루에 얽힌 사연은 위키백과를 참조할 것.
저 구절이 내 눈에 들어온 건 순전히 ‘똥물도 걸러 쓴다’는 표현 때문인데, 말하자면 나는 ‘이슬’도 걸러 가면서 먹고 살아온 까탈스런 품성의 소유자인 까닭에 ‘똥물’ 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보면 늘 부럽기 짝이 없었다. 기실 나도 똥물에 불과하면서 유난을 떨기는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