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 옮김, <<GO>>, 현대문학북스, 2000
우선 재미있는 구절 두 개:
콧잔등에 군밤을 다섯 대 얻어맞았다. 즐거운 추억이 다섯 개 지워질 만큼 아팠다.(p74)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p79)
성장기 소년의 치기와 폭력과 문화와 페이소스와 사랑을 적당히 섞었다. 이 소설, 잘 나가다가 막판에 완전 깬다. 딱 만화다.
“그 남자의 움직임, 정말이지 얼마나 굉장했는지 몰라. 그 남자애 주변에만 중력이 없는 것 같았어, 전혀. 그 남자애, 자연의 법칙을 초월한 것 같았어.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코트에 있는 상대편 선수들이 하나 같이 코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
멋지다. 주인공이 농구하다가 상대 선수를 때려눕히는 장면이다. 이 정도면 싸움 하나는 정말 잘 한다. 그러니 이런 광경을 보고 뿅가는 일본 여자도 생긴다. 그냥 뿅가는 정도가 아니다. “거기가 젖어 있”을 정도로 뿅간다.
책날개에 있는 아버지가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다느니 ‘일본사회에 내재한 민족차별의 극복’이니 하는 건 다 공허한 소리다. 그냥 싸움 잘하는 재일교포 3세가 어떻게 살았나 하는 얘기다. 중요한 건 “국적 따위”가 아니다. 연애다. 그러니 전혀 심각할 것도 없고, 특별히 감동 받을 것도 없다.
뒷 표지에 실린 찬사일색의 글들 중에서 아사히신문이 “마치 ‘재일문학’속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다.”고 했다는 데… 글쎄다. 아무래도 수준이 좀 그렇다.
“가자.”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 일어원전을 보지 않았으니 확실치는 않지만 이 ‘가자’가 소설의 제목인 ‘GO‘가 아닌가 싶다. — 가자니, 어디로? 어디긴. 자러 가야지. 날도 때마침 크리스마스이브다. 어쩌면 눈이 올지도 모른다. 아주 골고루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