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은 길다. 공원에 나가 한참을 놀고 왔는데도 고작 오후 3시다. 아직도 한참을 더 놀아 주어야 한다. 놀고…놀고…놀고…

오후 5시, 아이들이 갑자기 식탁에 우르르 모여 앉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나는 때는 이때다 싶어 그 동안 별러왔던 카메라 수리를 시작한다. 빛이 들어가니 빛이 안 새들어가도록 바디와 뒷뚜껑 사이에 스폰지를 덕지덕지 붙이는 작업이다.

문제는 스폰지인데 마침 지난 번에 하드 디스크를 분해할 때 카메라 수리할 때, 적당한 스폰지가 나와 보관해 두었던 것을 사용했다.

그런대로 나쁘다 싶지는 않게 작업은 완료했는데 수리가 제대로 되었는지는 테스트 촬영을 해보아야 알 수 있다.

May16_2004_canonet17.jpg

 
 
그림 그리고 하루가 가나 했더니, 웬걸 아이스크림 사 내놓으라 하여 아내와 함께 아이 셋 손 잡고 아파트 단지를 휘저으며 상가 가서 쭈쭈바 하나씩 물려주고 왔다.

아이들 사진 한 장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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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애 셋.

0 Comments

  1. 잘 고쳐서…멋진 사진 찍어주시게…
    성능 괜찮으면…나도 함 찍어보게…
    중삐리 시절…내가 어설프게 작가 흉내낼 때 들고 다니던…
    저 카메라를 되살려준….추억의 은인에게는…
    정말 큰 선물을 해드려야지….
    山 열 봉우리쯤은 사드려야지…

  2. 일산 가서 저 애들하고도…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고…
    돌아왔어야 하는디….
    애비보다도 저 아이들 못 보고 온 아쉬움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언젠가 주말쯤에 저 가족의 나들이에…
    살짜쿵 꼽사리 껴야지…

  3. 필름 1발 장전 했습지. 오늘 날이 흐려서 ‘출사’ 나갈 기분이 안 나기는 하지만 마음이 조급하니 점심시간을 이용하야 가까운 캠퍼스로 나들이라도 할까 합지. 과연 잘 고쳐졌을까 그게 의문입지. 그러면 이따 봅지.

  4. 아이들이 많이 컸네요. 막내가 아직 아기일줄만 알았는데…그러니까 첫돌 얘기가 한참 지난 이야기인거죠?ㅋㅋㅋ…가물가물…아이들 보면 뿌듯하실것 같네요. 아이들이 참 이뻐요.
    참 재미나게 사시는 것 같아요. 성권 오빠가 청람카페에 올린 사진 보니까 살이 좀 찌신것 같던데, 잘 지내시죠?
    내 기억이 맞다면 10년도 훨씬 전에는 불륜도 소통이라고 주장하시더만 지금은 작당이라도 하라고 하시네요……그 생각이 언뜻나서 잠시 흔적 남깁니다.

  5. 그랬었지. 기억에 의하면 예전에 “이렇게 지리멸렬할 바엔 차라리 술 먹고 서로의 등이라도 두들겨 주자. 막말로 간통이라도 하자.”고 썼었지. 그 시절, 내 안의 뭔가가 날 저렇게 절박하게 만들었던 것일까…그나마 저글도 이제 기억 속에서만 가물가물할 뿐. 마스타 인쇄된 청람회지는 이사 몇 번에 어디로 갔는지 남아 있지도 않고…

    또 비가 오는군.

    제길, 그 드럽게 찬란했던 시절은 다 오데로 가고, 웬 배 나온 아저씨가 아침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있지…이게 말이 돼?

  6. 이렇게 또 들어오게 만드시다니…
    지리멸렬…그러고보니 전 언제나 누구에게나 무슨 일에든 지리멸렬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열심인건 좋아하는데(그나마) 열정은 어딘지 두려운 구석이 있어 지레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질치고 말지요. 그게 선천적인 걸까 후천적인 걸까 생각해보는 중인데, 생각이 무슨 소용…암튼 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그거랍니다. 그 담은 배 나온거…하하하

  7. 김은경님/ 또 “또 들어오게 만”들기 위해서 문제하나 냅니다.
    다음에 인용된 구절의 출처는 어디일까요?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8. 넵, 사오정입니다. 시 제목은 ‘서시’라나요? 하하하…지리멸렬… 좋은 하루되십쇼.

  9. …쩝…언젠가 청람 카페에서 제가 윤동주 시 제목을 (‘별 헤는 밤’을 ‘서시’로?) 잘못 적어놓았죠…오빠가 그걸 지적해주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빠가 아니었나?? 쩝. 암튼 질문 받고 도둑 제 발 저린다고…놀라운 기억력의 오빠가 사오정 제 허를 찌른다 생각했었는데… ㅠ.ㅠ

  10. 나는 그거는 전혀 기억에 업는 데 별걸 다 기억하고 있군. 그게 “별 헤는 밤” 패러디 “학점 헤는 밤” 올려 놓고 하던 건가 부다.^^ 그때 울매나 뼈에 사무쳤으면… 여태 그걸 ‘앙심’처럼 품고 있었을까. 무서버라. 오뉴월에 서리 내리는 게 이런거구나.^^

    왜, 내가 결혼한다 했을 때 내 와이프 될 사람이랑, 나랑, ’10기 여자애들’이랑 한번 보자해서 압구정동 올리브 베이커리에서 만난적이 있었잖아. 그 자리에 네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암튼 얼마 전에 집에서 우연히 그때 찍은 사진을 보았는데, 거기 찍힌 내 모습이 느무느무 애띤겨. 나 혼자서 /아, 그 샤프하고 델리키트하고 인텔리전트하던 충세비는 오데로 가고…/ 뭐 이 따위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담은 배 나온 거”라는 구절을 보니, /아 이제 ’10기 여자애’들도 명실공히 ‘아줌마’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이렇게 대놓고 적어버리면 쓸쓸하니 쪼매 낭만적으로 얘기하려고 그랬던 거인데…

  11. 압니다요. 그런 감회이신걸…글고 한 안 품었으니 겉옷 챙기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제가 경험이든 추억이든 대충 이미지만 기억하는 습관이 있어놔서 사오정처럼 엉뚱한 소리할 때가 종종… 좀 우스꽝스러워질 때가 많아서 싫은데, 할 수 없죠. 좀 챙피하고 말지… 근데 그걸 기억하셔서 제게 고급 유머를 구사하시는 줄 알았다니까요. 내가 너무 앞서갔나? 하하하
    올리브 베이커리에는 저도 있었어요. 그때 이미 아기 엄마였지요. 아마 둘이었을걸…^^
    오빠 결혼식에도 갔었죠. 그런 자잘한 기억을 훌쩍 넘어 이 자리에 지금 있는거죠… 배 나온 아저씨로, 아줌마로… 뭡니까, 이게. 세월 나빠요…

  12. 1.
    무슨 내용인지 기억은 하나도 안나도 그저 읽었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는 이혜경의 “길 위의 집”이라는 소설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오지.

    “사람은 참 우스워. 자기가 생각한 것만큼만 보려고 해. 사람은 자기가 몸담은 곳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생각에만 골몰한 사람이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 제 생각과 잇닿은 곳에서만 반응해 엉뚱해 보이듯.”

    엉뚱하기로는 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으니, 책을 읽다가 저런 구절만 눈에 들어오는 거지. “제 생각과 잇닿은 곳에서만 반응”한다는 말, 내가 재밌어 하는 말이지. 사실 누구나 “제 생각”이 있으니 누구나 서로에게 엉뚱한 존재들 일텐데…

    내가 엉뚱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 혹은 (타인의 엉뚱함에 대하여 비교적 관대한^^) 내가 보기에도 심하게 엉뚱한 사람을 만날 때, 내가 취하는 방법은 그저 그러려니…하는 것. 내 새끼들도 내가 좀 이상한 소리를 하면 벌써부터 “아빠는 맨날 저래. 신경 쓰지마.” 하지. 애들이 나보다 낫다니까.^^

    2.
    맞아. 동감. 디토. ditto. “세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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