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마렵다

물론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날 세상엔 내 청춘의 기울기를 쓰러뜨리며 젖은 바람이 불고 몇 장 어둠이 졸속으로 내려앉았다 나는 체감온도 밑에서 떨었다 그날 나는 다시 죽어도 좋다고 각오를 했지만 막상 다시 죽어야 하는 날이 오자 내 지독한 근시의 안경을 벗어 던지며 비겁하게도 그 각오를 서둘러 잊었다 평생을 하루와 맞바꾼 그날을 나는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했고 내 불행한 일기장에 매립하지도 못했다 나는 늘 그날이 마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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