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생색을 내고 스킨십을 잔뜩 선불로 받은 연후에 아내가 들려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평천하하러 길을 나서는데 내 옆으로 제네시스가 지나가고, 내 옆으로 벤츠가 지나가고, 내 옆으로 SM5가 지나간다. 다들 하루치 길을 떠나는 것이다.
단언컨대—요즘 세상과 거의 완벽하게 절연하고 사는 지라 이 말이 왜 유행인지는 모른다—나는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부러워 한 적이 없지만 아 누구는 음식물 쓰레기 들고 나가는데 아 누구는 벤츠 타고 나가니까 이건 좀 그렇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으며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음식 냄새, 냄새, 냄새와 SM5.
내 오래 된 섬섬옥수에 남은 음식물 쓰레기의 핫한 냄새를 몸서리치도록 느끼며 단지 정문을 지나는데 며칠 전 새로온 경비 아저씨가 거수 경례를 한다. 거리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단 소속의 할머니 사람들이 한 손에는 비닐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