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

엽이와 언이가 사이좋게 티격태격하면서 논다. 방바닥에 나무조각들을 잔뜩 늘어 놓고 뭔가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짜식들이 아빠 닮아서 창의력이 만땅 충전이군, 하며 한번 쓱 쳐다보고 나는 내 할 일 한다. 내 할 일이 뭐냐구? 그냐 TV보는 거지. 이 따위가 일요일 낮에 할 일이 뭐가 있겠어? 쑥스럽게 뭘 그런 걸 다 물어보고 그러시나.

“퀴즈가 좋다2″를 보는 데, 도대체 저 실력으로 어떻게 예심을 통과했나, 빽 섰나 싶은 선수들 둘이 이번엔 내 차례, 이번엔 니 차례 하면서 번갈아 틀려준다. 선수들 하는 모양새 좀 보자.

1단계 문제. 식사 전에 식욕을 돋구려고 내놓는 걸 뭐라하나?
1. 사이드 디쉬 2. 메인 디쉬 3. 애피타이저 4. 디저트

한 선수가 떡하니 답을 고르는 데 4번 디저트 한다. 이 문제는 다른 선수가 맞추었으나 결국 둘이 합쳐 5단계를 못 넘기고 아웃되었다.

그런데 옆에서 들려오는 엽이와 언이의 대화가 가관이다.

……
언: 아빠가.
엽: 어느 아빠가.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이 아빠가?
언: 응.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얘가.

그러니까 기엽이 한테는 아빠가 여러명 있는데 그중에서 지금 텔레비전보면서 투덜거리는 아빠가 ‘이’ 아빠고, 지위고하 상하불문 무조건 맞먹고 보는 언이한테는 내가 ‘얘’인 거다.

Posted in 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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