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아이들, 점점 집에서 멀리까지 갔다 온다. 어떤 날은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온다. 아직은 내가 가본 곳에만 간다. 인사동, 광장시장, 홍대앞. 더 크면 더 멀리 갈 것이다. 내가 가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곳에 갈 것이다. 토요일에 지 엄마한테 옷 사달래서 새옷 얻어입고, 일요일에 어디를 하루종일 싸돌아 다니다 다저녁에 들어온, 오늘은 친구와 노량진에 간다던 1호는, 작전이 변경되었는지, 아직 잔다. 한 시간 전에 롯데월드 간다고 아침도 아니 먹고 현관문을 나선 녀석은 2호다. 3호는 아직 어디 안 간다. 학교, 집, 학교, 집, 어쩌다가 친구집, 이게 전부다. 토요일에 동창 여남은 명과 초등학교 적 선생님 찾아 뵙고 짜장면 곱배기 얻어 먹고 온 3호는 지금 거실 쇼파에서 스마트폰으로 만화 본다. 늦은 밤에, 그러니까 밤 열두 시도 넘은 시각에 막내 하복 상의 두 벌을 다림질하며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도 잔다. 2호가 현관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파파’ 하며 집으로 돌아온 베로니카를 생각한다. 부처님오신날 아침, 구구꾹쿠 구구꾹쿠, 비둘기 우는 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