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지음), 김세현(그림), <<모랫말 아이들>>, 문학동네, 2001(1쇄), 2002(6쇄)
대학 때 후배 하나는 기억력이 아주 뛰어났다. 가령 한 여자와 처음 만난 날, 마지막으로 만난 날, 두 번째 만난 날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의 색깔, 손에 들고 있던 책, 세 번째 만난 날의 요일, 같이 놀러간 장소와 본 영화, 삼일절에 둘이 같이 놀러갔던 곳과 그곳의 카페의 이름과 그 카페에서 마셨던 음료 등등을 그는 속속들이 기억했다. 나는 그에게 소설을 한번 써보라고 말해주었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기억하는 자이다. 이 책은 작가의 기억속의 모랫말 풍경이다. 모랫말은 지금의 영등포 어디쯤인 모양. 황석영은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삽화를 맡은 분의 그림을 보면서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의 기억을 재생하기에는 텍스트가 이미지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난 개인적으로…
황석영의 ‘섬섬옥수’란 단편을 가장 좋아했다오…
지금은 기억에서 너무 지워져…
여대생이 블루칼라랑 사랑하게 된다는…
앙상한 골격만 기억나지만서도…
추억 속의 작가들…그들의 좋은 기억을…
왠만하면 망치고 싶지 않아….
그들의 새로운 책은 영 손이 안 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