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기 (글, 사진), <<내 멋대로 사진찍기>>, 들녘, 2004
내 멋대로 사진을 찍는다하여 아무렇게나 찍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 찍는다는 거다.
“달리는 말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가정해보자. 말이 달리는 동작은 유연한 연속적인 형태의 흐름이지만 그 가운데 유달리 멋진 자세들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AF 기능이 있는 카메라에 모터 드라이브를 달고 ‘주르륵’ 여러 장을 찍은 뒤에 그중에서 잘된 것을 고르는 것이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뉴얼 포커스(Manual Focus, MF) 카메라로 못할 것이 없다. 내 경우엔 이런 식으로 찍는다. 우선 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어떤 순간에 말이 가장 아름다운지 설명을 듣는다. 그러고 나서 말이 달리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 리듬을 익힌다. 그 다음 가장 좋은 배경을 찾고 거기에 말이 달려 들어올 때 말의 크기가 화면에서 얼마나 차지할지 고려한다. 그 거리나 위치를 잘 보고 나서 프레임을 결정해 놓고 기다린다. 그리고 달리는 말이 그 위치에 들어올 때 셔터를 누른다.”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 그대로 세 개의 단어를 기억하기로 했다.
집중력: “대부분 달랑 한 장만 찍고 만다. 여러 장을 찍는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력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몇 장 찍고 새로 좋은 각도가 보여서 더 찍는다면, 처음부터 자세히 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집요하게: “나는 거리를 맞추는데 무척 신경을 쓴다. 집요하게 맞추는 편이다.”
기다리다:“쫓아서 찍는 것이 아니고 기다려서 찍는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든 난사(亂射)하지 말 것.
헐…내가 문근영이 찍는다고…
좋은 표정 하나만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꾹 연사로 찍기도 해보았소…
근데 이상하더이다…연사로 찍은 것 중에는…
그 많은 사진 중에는 고를 것이 없더이다…
그래서 이상하다….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이런 논리를 만나니…
아하…하는 생각이 드는구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물론 이 책에는 이런 표현은 없지만, 온 몸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서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 모델이 눈을 깜빡일 때 눈꺼풀이 내려가는 순간과 올라가는 순간도 구분하여 셔터를 누를 수도 있다고 하더군. 그러니 연사할 이유가 없는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