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

낳아놓기는 아내가 덜컥 낳아놓았는데 뒤치닥거리는 왜 내가 해야하는 것이냐. 미세먼지 자욱한 봄날, 어쩌다가 막내하고 둘만 남아 점심 챙겨준답시고 비빔국수를 해먹인다. 녀석, 맛 있다고 먹는다. 암, 맛 있겠지. 설탕을 두 삽이나 넣었는데.

니 엄마는 해준 게 없으나 이 아빠는 네놈에게 비빔국수도 해주고 김치부침개도 해주고 칼국수도 해주고 수제비도 해주고 만두도 해준 적이 있음을 기억하거라. 니 엄마는 고작해야 카레라든가 빵이라든가 샐러드라든가 순대볶음이라든가 수육이라든가 잡채라든가 뭐 이딴 거 밖에 해준거 없다. 너 나중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30년 쯤 뒤에 오늘을 생각하면서, 아 그때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중학교 땐가, 울 아버지하고 나하고 단둘이 있던 어느 해 봄, 일요일에 아버지가 해줬던 비빔국수 겁나 맛 있었는데, 아 먹고 싶다, 하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하며 있는 생색, 없는 생색 다 내가며 비빔국수를 먹인다.

이 말에 녀석이 대답한다. 토요일인데요.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더 먹어라,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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