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

내가 밤마다 운동을 하는 공원의 약수터에는
딱 두 부류의 사람이 온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 생각은 안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당연하게도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짧게 사용해야 하고
남이 틀어놓고 그냥 간 수도꼭지도 잠가야한다.
남이 튕기는 물도 맞아야하고
누군가가 데리고 나온 개가 다리를 혓바닥으로 핥아도 꾹 참아야 한다.
사용중에는 불쑥불쑥 말도 없이 끼어드는 손길들을 참아내야 한다.

비 오듯 땀 흘리고 약수터 갔다가 예의 없는 짓을 두 번씩이나 당하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절망스러워졌다. 아직 멀었다.
악다구니 쓰지 않으면 물 한 모금 마시기도 힘이 드니……쩝

하여간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약수터에서는 뭘해도 욕먹기 십상이다.
내가 뭘하는 동안 다른 사람은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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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멀었다는 얘기시온지?
    선진? 개화? 득도?
    ……
    ‘아직 멀었다’-는 말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라.^^

  2. 땡중은 속세에서 살아야한다오. 그건 물고기가 물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오. 그건 따위가 애 셋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과 동일한 이유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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