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다. 내 피부는 백옥 같은데 저 자식 피부는 누굴 닮아 저 모양인지 모르겠다. 지 엄마 닮았나 보다. 피부과에 사람이 많다. 아주 줄을 섰다. 접수하면 한 시간 기다려야 한다. 못한다. 못 기다린다. 귀찮은데 잘 되었다. 그냥 가자. 무좀이 뭐 죽을 병도 아니고.
피부과를 돌아나왔는데 아 글쎄 이 녀석이 이번에는 바로 옆 소아청소년과로 쏙 들어간다. 목도 아프단다. 뭐 그러시다면야. 이 병원은 좋다. 환자가 한 명도 없다. 아픈 어린이도 없고 아픈 청소년도 없는 평화로운 토요일이다. 나는 마음이 아주 환하다. 아들 녀석이 바로 진료실로 들어간다. 나는 소파에 앉아 기다릴 참이다.
안에서 의사 선생님이 편도선이 어쩌구 염증이 저쩌구 하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가 봐야겠다. 아임 유어 파더. 선생님이 아이에게 피부과 왔었느냐고 물으신다. 내가 끼어들어 설명한다. 선생님이 허면 무좀약도 주시겠다 한다. 아주 좋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원 하스피탈 투 프리스크립션즈, 원 스톤 투 버드즈.
나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을 웃겨드린다. 먹는 무좀약이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하길래, 우리 아들 간 되게 안 좋다고 말해 웃겨드리고, 무좀균이 옮는다길래 아들 녀석에게 나가살라고 말해 웃겨드린다. 뭐 아주 재밌지는 않지만 중간은 가는 유머다. 위트면 좋겠지만, 위트 사라진지 오래다.
의사선생님이가 웃으시다가 아이에게 말씀하신다. “아빠 재밌으시다. 하하.” 아이는 웃지도 않고 지 아빠가 창피하다는 듯 무심하게 대꾸한다. “매일 보면 질려요.” 하긴 나도 내가 질리는데 넌들 아니 질리겠느냐. 오늘 착한 일은 좀 실패다,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