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자식키격문

가소롭도다. 니가 아직 일개 휴먼으로서의 형상도 갖추지 못한 고작 한 알의 미미한 수정란이었을 때조차, 이 아버님은 이미 사서삼경을 마스터 하시고, 기소불욕물시어인을 실천하시매 그 인품의 고매하심과 그 지성의 번뜩이심이 세계만방은 물론이거니와, 저 아득한 우주의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까지 익히 능히 알려진 분이거늘, 니가 이제 고작 그까짓 육신의 키가 이 아버님보다 고작 겨우 애걔 몇 밀리미터 높아졌다 하여, 아버님 소자 오늘 부로 아버님 키의 저보다 쪼매남을 삼가 업수이여기겠나이다, 하는 낯빛을 지으며 씩 웃다니, 내 도무지 분하고 도무지 원통하고 도무지 치가 떨려, 결코 가볍지 않은 네 죄를 묻자면 22세기까지 네 놈의 후회가 이어지도록 아주 가늘고 질기고 긴, 긴 벌을 내려야 마땅할 것이로되, 다만 너와 나 어쩌다 부모자식으로 만난 연을 특별히 이번 딱 한 번만 감안하여, 앞으로 석 달하고 열흘을 굶는, 도무지 벌 같지도 않은, 그냥 애들 소꿉장난 같은, 경미한 벌을 눈물을 머금고 내리는 것이니, 너는 오로지 반성하고 참회하고 회개하여 다시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수신제가치국평주둥아리 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이 20세기에는 존재치도 아니하였던 여드름 덕지덕지 중3 막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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